뉴질랜드 국회의원 된 이란 난민출신 30대 여성 변호사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 난민 출신 30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9살 때인 1990년 이란-이라크 전쟁의 참화를 피해 부모의 손을 잡고 이란을 탈출했던 골리즈 가라만(36) 인권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에 녹색당 깃발을 들고 정계에 도전한 가라만은 7일 발표된 총선 투표 최종 개표 결과 녹색당이 1석을 추가하면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1981년 이란에서 태어난 그는 유아기를 전란의 참화 속에서 보냈다.
그는 지금도 사이렌 소리,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 대피소,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행렬, 단순히 신앙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뉴질랜드 언론에 "친구의 16세 난 사촌이 벽에 낙서했다가 어느 날 사라지기도 했다"며 1980년대 이란 정권은 정치적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서는 가혹했다고 회고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1년 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이란을 떠난 그의 가족은 뉴질랜드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난민으로 정착했다. 새로운 땅에서 새 삶이 시작된 것이다.
오클랜드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오클랜드 대학에 진학해 법학과 사학을 공부했고 이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인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법조계에서 12년 동안 일한 그는 뉴질랜드 변호사 생활뿐 아니라 유엔 기구의 검찰관으로 아프리카, 네덜란드 헤이그, 캄보디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일한 경험도 있다. 난민으로 낯선 땅에 던져졌지만 나름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또 6세 연하의 뉴질랜드 코미디언 가이 윌리엄스를 파트너로 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당선 직후 "중동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며 정치를 하면서 뉴질랜드에서 빈곤을 몰아내고 기후변화에 실질적인 행동이 취해지는 걸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민 출신 인권 변호사답게 뉴질랜드의 난민 쿼터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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