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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도 유리천장 깨고 나와 세상에 봉사해야"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 스님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여성 장관이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외교 수장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이런 사회의 변화상을 씁쓸하게 지켜만 보는 분야가 있다. 다름 아닌 종교계다.

개신교 보수 교단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으며, 가톨릭교회는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는다.

불교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여성도 출가해 승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불교조계종은 종단의 헌법인 종헌(宗憲)에 행정수반인 총무원장 출마 자격을 비구(남성 승려)로 제한한다. 비구니(여성 승려) 스님들이 대부분 개인적인 수행과 학문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구니 스님들도 유리천장에 갇히지 말고 대범하게 세상 밖으로 나와 봉사하며 살아야지요."

최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정관 스님(56)은 비구니의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7년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부임한 스님은 올해로 종로구 일대의 노인복지를 책임진 지 만 10년이 됐다.

스님의 하루는 분주하다. 사회복지사 40여명과 함께 1명당 노인 20명을 집중관리한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매일 영상통화를 걸어 '냉장고를 열어 보여달라, 카메라로 집 안을 비춰달라'고 요청하고, 이상이 있으면 곧장 자택을 찾아간다.

"한 어르신이 종종 연락이 뚝 끊겨서 속앓이를 참 많이 했어요. 119와 집 문을 따고 들어가 보면 텅 비어있고요. 알고 보면 병원에 입원했거나 지역 교회의 1박 2일 캠프에 따라간 경우였죠. 그 어르신에게 어딜 가시거든 꼭 연락을 달라고 사정했더니 나중엔 고마워하시더군요. 이젠 아침마다 '예쁜 스님 충성!'이라며 꼬박꼬박 출석 체크를 하세요."

정관 스님이 처음부터 사회봉사에 매진했던 건 아니다.

스님은 학창시절 우연히 한국 최대 비구니 사찰인 경북 청도 운문사 스님들이 붓글씨를 하는 모습을 본 뒤 출가를 결심했다. 1984년 대구 동화사 내원암에서 출가해 1986년 혜원 스님을 은사로 사미니계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산속에서 수행하는 게 승려의 본분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생각이 바뀐 건 승가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다음부터였다. 봉사가 곧 수행이라는 깨달음이 번뜩 찾아왔다.

이에 지난해 1월에는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비구니 스님 40여명과 함께 '한국비구니복지실천가회'를 발족했다. 후배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일손도 품앗이하자는 취지에서다. 한국불교가 한때 도박 사태와 은처자 논란에 휩싸였지만, 종교인의 참된 모습을 묵묵히 지키는 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많은 비구니들이 반듯하게 열심히 수행하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내 마음만 깨끗하게 닦으면 되나요? 우리가 어울려 사는 사회도 환하게 밝혀야지요. 부전 스님(일종의 사찰에 고용된 스님)이 돼 혼자서만 수행하는 것보다는 떳떳하게 일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길도 있답니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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