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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14남매 '다둥이 가족'의 추석맞이…"남들과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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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14남매 '다둥이 가족'의 추석맞이…"남들과 비슷해요"

큰아들 부부 포함해 노모·여동생까지 한 집에 거주

"넉넉하진 않지만 행복해요…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14남매 다둥이 가족이라고 추석 명절이 다를 게 있나요, 다른 일반 가족하고 똑같이 송편 만들고, 전 부치고 해서 같이 나눠 먹는 거죠"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사는 김정수(56)·함은주(46) 부부는 아이 하나 낳아 키우려 하지 않는 요즘 세태와 달리 자녀를 14명이나 둔 '다둥이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여느 부부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 딱 두 명의 자식만 낳아 키우려 했다.

그러나 딸을 원하던 남편 김씨의 바램과 달리 첫째부터 셋째까지 줄줄이 아들이 태어났다.

결국, 4번째 만에 딸을 얻고 더는 낳지 않으려던 부부는 다섯째를 임신하고 낙태하려다가 "하나의 소중한 생명인데, 죄짓는 것 같다"는 생각에 출산을 택했다.

이렇게 부부는 1990년 첫 아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 태어난 막내 영도까지 총 14남매의 대가족을 이루게 됐다.

설연휴를 앞둔 올 1월 23일 들렀던 김씨 부부의 집을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20일 오후 다시 찾았다.

김씨 부부의 집은 그때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택배 일로 생계를 꾸리는 김씨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이 몰려 밤을 꼬박 새우고 이날 아침 7시 30분에야 귀가했다.

방 한쪽에는 막내가 누워 자고 있었고, 형과 누나가 모두 학교에 간 사이 13번째 영찬이가 홀로 놀고 있었다.

9남 5녀의 자녀뿐 아니라 김씨의 노모와 여동생, 결혼한 첫째 아들 부부까지 22명이 살던 올 초와 달리 그 사이 결혼한 셋째 아들은 인근 백암면에서 따로 나가 살고, 둘째 아들과 넷째 딸은 각각 외지에서 일하게 되면서 상주하는 식구는 19명으로 줄었다.

셋째 아들 내외도 자기 집을 놔두고 자주 김씨의 집을 찾아와 생활하기 때문에 상주 식구가 얼마나 되는지 김씨 부부도 잘 헤아리지 못한다.

"추석을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묻자 김씨는 "다른 집과 별로 다른 게 없어요, 다 같이 모여 추석 전날 음식을 만들고, 시아버지 차례를 지냅니다"라고 답했다.

큰아들인 김씨는 남동생 2명과 똑같이 39만원씩 비용을 부담해 추석 차례를 지낸다고 했다.

설과 추석 명절 때 김씨 부부의 집에는 김씨의 동생 가족까지 합쳐 25명이 넘는 대식구가 모이다 보니 명절 음식 장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준비할 음식양도 많지만, 엄마이자 맏며느리인 함씨의 명절노동은 다른 집 며느리보다 훨씬 덜하다.

첫째·셋째 며느리뿐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 음식 만드는 데 손을 보태기 때문에 송편이나 전 만들기도 한두 시간이면 뚝딱 해치워 버린다.

함씨는 "우리가 14남매여서 주위에서 신기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 가족은 정말 남들과 똑같이 생활한다"면서 "일반 가정과 다를 게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부는 자신들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후원도 받았지만,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김씨는 "주변에서 애가 많아서 정부에서 돈을 주고, 차도 주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하지 않느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한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통장까지 직접 보여주면서 오해를 풀어줘야 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점차 크면서 유명세 때문에 괜한 비난과 오해를 받을까 봐 최근에는 밀려드는 방송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고 착하게 자라준 것에 대해 늘 고마워한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을 가져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면서 "식구가 여럿인 집안에서 아이들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서인지 학교에서 쓰레기분리 수거 같은 궂은일도 솔선수범해 맡고, 자원봉사도 많이 한다고 칭찬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가르쳤더니,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한 아들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매달 1만 원씩 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사회에 도움을 받았으니 그만큼이라도 도움을 주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볼 때는 우리가 잘살지도 못하면서 애만 많이 낳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돈은 우리가 벌 수 있는 만큼 벌어서, 번 만큼 쓰면 된다"면서 "행복은 돈이나 학업 성적에 좌우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김씨 부부는 자신들을 후원해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한 어린이재단에서 매달 20㎏ 쌀 한 포대를 보내오고 있고, 용인지역의 한 기관에서도 매달 20㎏ 쌀 5포대를 보내줘 쌀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또 매달 정기후원해주는 기관과 개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씨 부부는 "우리는 지금 행복하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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