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연정 협상 '난민·환경·조세' 등 난제…기선제압 신경전 시작
녹색당 대표 "불가능한 협상조건 처음부터 내걸어선 안돼"
기사-자민 "이민자 상한 둬야" vs 녹색 "정착 난민의 가족도 받아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빛바랜 4연임 성공 후 본격적인 연정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벌써 주요 현안 및 정책을 놓고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등 연정 협상 주체 간 난민 문제와 에너지 정책, 조세 등에서 입장차가 커 타협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미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난민 문제를 놓고 기선제압을 위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쳄 외츠데미어 대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연정 협상과 관련해 "기민·기사 연합과 자민당은 불가능한 협상 조건을 처음에 내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28일 보도했다.
다분히 난민 수용 상한선을 두려는 기사당과 자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반면,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대표와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는 총선 후 난민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제호퍼 대표는 연간 이민자를 20만 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해왔다.
이에 대해 기민당 소속의 메르켈 총리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등 기민당과 기사당 내에서도 의견 차를 보여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복잡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녹색당은 지난 6월 연정 참여를 위한 10가지 방침을 발표하고, 이미 정착한 난민이 가족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당과 자민당은 이 부분 역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기사당은 지난 총선보다 득표율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보수의 선명성을 강화하면서 당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이탈한 유권자의 상당수는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향했다.
자민당도 AfD에 보수 의제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보수적 색채를 뚜렷이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환경 부분도 난제다. 환경 문제는 녹색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협상 당사자들은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이행하는 데 이견이 없으나, 세부적인 이행 방법에는 온도 차가 크다.
녹색당은 노후한 20개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親)기업정당인 자민당은 이를 이상적이라고 비판해왔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서도 해법이 다르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전면 생산 금지를 주장한 반면, 자민당은 자동차 산업이 최근 몇 년간 마녀사냥을 당했다며 정부가 개입할 지점이 아니라고 견해차를 나타냈다.
세금 문제에서도 자민당은 독일이 높은 세율로 '도둑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감세를 주장한 반면, 녹색당은 환경 및 사회 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증세를 주장해왔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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