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적자 숨통 트이나…'무임손실 보전' 법안 상임위 통과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노인 무임' 시작…서울 지하철 적자 73% 차지
정부, 코레일엔 연평균 960억원 보전…서울시 "재정난에 안전 투자 여력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지하철)의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중앙정부가 메꿔주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65세 이상 노인과 국가유공자 등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국가가 부담할 비용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예산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서울은 물론, 지하철울 운영하는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의 지자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최종 국회 문턱을 넘으면 적자난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수천억원 규모로 쌓이는 지하철 적자 가운데 대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복지법 등 관련법에 따라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이들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 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다.
시는 "지난해 기준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은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적자의 약 6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천만 인구가 몰려 사는 수도 서울의 경우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9호선에서 생긴 당기순손실 3천917억원 가운데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3천623억원으로 무려 92.5%를 차지했다.
서울 지하철의 적자는 곧 무임승차로 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또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지난해 손실액은 2천887억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73.7%에 달했다.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은 2010년 1천692억원, 2011년 1천770억원, 2012년 2천80억원, 2013년 2천217억원, 2014년 2천332억원, 2015년 2천598억원 등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전체 손실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31.1%에서 2012년 52.9%로 절반을 넘기더니 지난해에는 73.7%까지 뛰어올랐다.
시는 "최근 고령화 추세로 무임승차 손실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며 "운영기관의 재정난이 더욱 심해져 제때에 노후 시설 교체·보수가 이뤄지지 못하면 안전사고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1974년 개통한 서울 지하철은 올해로 43년이 됐고, 부산 지하철도 1985년 개통 이래 벌써 32년이 지나 선로·전동차 등의 시설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 등 지자체는 정부에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보전을 계속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그동안 "도시철도 운영 주체인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정부는 국가 공기업인 코레일에는 연평균 962억원에 달하는 무임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서울 지하철 1호선이라도 65세 이상 노인이 서울역∼(지하)청량리역 서울교통공사 구간을 이용하면 국가가 한 푼도 보전해주지 않지만, 코레일이 운영하는 그 외 구간을 이용한다면 국가가 메꿔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무임승차가 1984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로 시작됐다는 점도 서울시 등이 국가가 나서라고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시는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하는 법률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이 남아 있다. 새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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