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하라고 뽑았더니'…청송군수·군의원은 한통속
예산으로 군의원 선물값 대납·군의원 아들에 장학금·채용 특혜
군수 사무실에서 공무원 성향 분석해 표시한 '블랙리스트' 나와
(청송=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0일 경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청송사과유통공사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해 군수와 군의원 등 지방권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견제와 협조가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청송에서는 군수와 군의원이 한통속이 돼 지방예산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사건 중심에 있는 한동수 청송군수는 청송사과유통공사 사장에게 뇌물 3천250만원을 받은 혐의 외에 지난 5년여간 군의원 3명이 내야 할 사과값 5천300만원을 군 예산으로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군의원들은 수시로 자기 지인에게 사과를 보내면서 결제를 군에 떠넘기고 군은 홍보비 명목으로 예산을 배정했다.
A 의원 2천340만원, B 의원 1천800만원, C 의원 1천200만원 등 군의원들은 혈세를 마음대로 썼다.
경찰은 군수 지시 없이 이 같은 일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일은 입건된 군의원 3명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2011년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출범한 이후 11명이 사과값을 군에 떠넘겼지만, 퇴직하거나 금액이 적은 군의원은 입건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군수가 군의원 C씨 청탁을 받고 대학생인 C씨 아들에게 지방자치단체 장학금 217만원을 준 뒤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한 의혹은 군수와 군의원 간 유착의 '결정판'이다.
청송군은 당초 '지역 중학교와 고교를 졸업한 특정 대학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준 뒤 나중에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군은 장학생 선발자격을 '지역 중학교나 고교를 졸업한 특정 대학 신입생'으로 바꾼 뒤 다시 '지역 중학교나 고교를 졸업한 특정 대학 재학생'으로 고쳤다.
경찰은 C씨 아들이 다른 지역 고교를 졸업한 점과 신입생이 아닌 2학년이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군수가 이를 지시했다는 공무원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약 400명 성향을 조사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표시한 문건을 사무실에 비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비지지자 이름을 다른 색깔로 표시하고 전화를 금방 끊었다는 뜻에서 '전화 탁' 또는 '반동분자'라고 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청송판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이 문건은 한 군수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나왔다.
그는 지인에게 보낸 사과 1억1천130만원 어치와 국회의원 지인에게 보낸 사과 1천376만원어치를 군 예산으로 집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군수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군수는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사과값 대납은 직원이 한 일이고 블랙리스트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 채 사무실에 놓아두기만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