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경기] 재래시장 "매출 30% 감소"…"긴 연휴에 대목 포기"
"사람 많은데 장사는 안돼"…일찍 셔터 내리기도
"대형마트보다 싼 데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 돈 안 쓰려는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사람은 많은데 과일 사 가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에요. 제일 바쁠 때인데…."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조 모(52) 씨는 장사가 잘되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는 "올해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인 작년 추석보다 매출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올해는 추석이 길어서 장사가 더 안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5일 오후 기자가 찾은 청량리 청과물시장 일대는 평일 늦은 시간임에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상인들은 저마다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떨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한쪽에 과일 선물세트를 진열해둔 점포들도 상당수였지만 아직 추석이 2주가량 남아서인지 선물세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적었다.
곳곳에는 일찌감치 셔터를 내린 점포도 눈에 띄었다.
상인 박 모(59) 씨도 "올해 과일은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편이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돈을 안 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올해 설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7% 급감했다.
이번 추석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두 번째 명절인 데다 열흘간의 황금연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농·축·수산물에 집중하고 있는 재래시장 매출은 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청과물시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추나 밤, 곶감 등 제사용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역대 최장 기간 연휴에 올해 대목은 사실상 '포기 상태'다.
이날 인근의 경동시장 내 제사용품 판매 점포가 몰려 있는 골목 앞만 유독 텅 비어있었다.
상인 이 모(50) 씨는 "제사를 지내는 집이 줄면서 명절 대목도 예전 같지 않은데, 올해는 연휴까지 길어 장사하긴 글렀다"며 "예전에 한창 장사가 잘될 때 매출이 100이었다고 치면 올해 추석은 50은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인근 점포의 또 다른 상인 신 모(61) 씨도 "연중 구정이랑 추석 때 말곤 성수기가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지 않다 보니 매년 비수기와 성수기 간 차이가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주부 전 모(41) 씨는 "추석 연휴 때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어서 그 전에 차례를 지낼 생각"이라며 "물가가 워낙 비싸고 부모님도 간단하게 하길 바라셔서 장 보는 건 최소한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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