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신간] 소년아, 나를 꺼내 줘·심심해 심심해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소년아, 나를 꺼내 줘 = 김진나 작가의 청소년 장편소설.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열여덟 살 소녀 '시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 '얼'을 만나면서 시지의 고요한 세계는 급격히 변한다. 시지의 마음은 저절로 열려 버렸다.
작가는 시지에게 사랑이 시작되는 미묘한 순간부터 기쁨과 그리움·원망·분노가 교차하는 61일간 밤낮을 기록한다.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당기면 새로운 중력과 공간이 생긴다는 발상을 바탕으로 꿈과 현실, 상상 속에서 둘의 관계가 이어진다.
시지는 그러나 사랑을 시작하고 끝낼 기회를 소년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끝까지 자기 세계의 주인공으로 남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얼이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해답에 도달한다.
"내 마음은 얼에게 닿지 않았다. 내 마음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내 마음은 매 순간 다 틀린 것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이 마음을 갖기로 했다. 초라해도 내가 갖기로 했다. 하찮아도 계속 갖기로 했다."
사계절. 196쪽. 1만1천원.
▲ 심심해 심심해 =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쓰고 그린 일본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
'심심해'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 심심함을 견디다 못해 심심하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자동판매기도 심심해할까? '심심해'란 말은 누가 맨 처음 생각해 냈을까? 심심한 사람이 300명쯤 모이면 재미있을까, 아니면 300배 더 심심할까? 어른은 심심할 때 어떻게 할까?
"심심할 때가 있으니 재미있고 즐거울 때도 있는 거야." 아빠의 말은 언뜻 작가의 메시지로도 보이지만, 아이의 반응은 다르다.
주니어김영사. 고향옥 옮김. 32쪽. 1만2천원. 초등 저학년.
▲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 =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2011)에 이은 정연철 작가의 두 번째 동시집.
표제작은 시험에서 빵점을 맞고도 다음에 잘 치면 된다고 큰소리치는 발랄한 일탈 이야기다. 선생님한테 빼앗긴 축구공 때문에 애가 닳아 교무실을 엿보는 아이, 엄마와 아빠의 냉전에 '방귀 폭탄'으로 대처하는 아이도 등장한다. 자연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낸 시편도 실렸다.
"엄마, 믿어 줘/ 나 이번 시험 진짜 자신 있었거든/ 그런데 시험 중에/ 바깥에 유치원 꼬마들 재잘재잘 지나가고/ 확성기로 동네 아줌마들 다 부르는/ 생선 장수 아저씨 트럭 지나가고/ (…)/ 공부한 거는 생각 안 나는데/ 아빠가 성적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했던 거는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대충 찍고 잤어/ 나 잘했지?/ 걱정 마/ 다음에 잘 치면 되지 뭐"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 부분)
한겨레아이들. 안은진 그림. 112쪽. 9천원. 초등.
▲ 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어 = 일본 작가 노부미의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
건이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엄마에게 화가 났다. 종이 상자로 '건이 나라'를 만들고 선포한다. "여기는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나라예요. 이 나라에는 아기도 텔레비전도 들어올 수 없어요."
다음날 유치원에서 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건이. 마침 건이를 데리러 온 엄마가 교실 뒤에서 그 말을 듣는다. 실제 싱가포르의 한 초등학생이 숙제로 제출한 글을 모티프로 했다. 똥덩어리와 친구가 된 건이를 그린 '똥친구'도 함께 나왔다.
길벗어린이. 고대영 옮김. 40쪽. 1만2천원. 4세 이상.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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