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승강기 관리 엉망…어린이 손 끼일 위험도"
소비자원, 육교 승강기 63대 조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장애인·고령자·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위해 육교에 설치된 승강기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으며 안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전국 5개 지역(서울·경기·부산·대전·광주)의 육교 승강기 63대를 대상으로 안전실태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가 비상호출버튼이나 문이 닫힐 때 감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7일 밝혔다.
조사대상 육교 승강기 63대 중 4대(6.3%)는 고장으로 운행이 아예 정지돼 있었다.
승강기 내부 확인이 가능한 61대 중 22대(36.1%)는 비상호출버튼을 눌러도 응답이 없어 만약 승강기 갇힘 사고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61대 중 11대(18.0%)는 승강기 검사합격증명서가 부착되지 않았거나 부착돼 있어도 검사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의 손이 닫히는 승강기 문 사이에 끼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고장 난 승강기 4대를 제외한 59대를 대상으로 문이 닫힐 때 어린이 손 모형을 넣어 감지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더니 29대(49.2%)에서 모형 손이 낀 채로 문이 닫혔다.
이 29대는 승강기 안쪽 문에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3∼4㎝ 정도가 끼었는데, 이 중 28대(96.6%)의 경우 문이 다시 열리지 않고 그대로 운행돼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
소비자원은 "어린이와 함께 탑승할 때는 손가락 등이 끼지 않도록 보호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 설치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63대 중 절반이 넘는 42대(66.7%)에는 점형 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됐어도 파손됐거나 잘못된 위치에 있었다.
고장 난 승강기를 뺀 59대 중 14대(23.7%)는 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가 나오지 않았다.
조사대상 승강기 중 48대는 승강기에 탈 때와 내릴 때 방향이 달랐지만, 이 내용을 알리는 음성안내가 나오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어 시각장애인이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었다.
조사대상 63대 중 9대(14.3%)는 승강기 앞에 맨홀·기둥 등이 설치돼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렵고 넘어질 수도 있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에 육교 승강기 안전관리와 감독 강화하고 미흡한 시설 보완·유지·점검 등의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육교 승강기 777대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했으며 비상통화장치와 문 닫힘 안전장치, 검사합격증 부착상태 등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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