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관 190명이 소년범 2만5천명 관리…대응에 한계
정보공유도 문제점…현행법상 경찰이 보호관찰 여부 바로 확인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부산에서 또래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여중생들이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신분이었지만 관리·감독이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법무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A양과 B양은 폭행과 절도 혐의로 각각 지난 4월과 5월부터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진 상태였다.
보호관찰 처분은 성인으로 치면 집행유예와 같은 것으로,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 내에서의 처우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죄자를 지도하고 보살피는 조처다.
성인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르면 유예가 취소돼 바로 형이 집행되는 등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 그러나 보호관찰 대상인 이번 사건 가해자 여중생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범행을 거리낌 없이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지면 법무부 보호관찰소는 수시로 보호관찰 대상자들에 대해 출장 면담, 출석 면담, 전화 통신지도, 수강명령 등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들은 보호관찰 위반으로 소년원에 위탁된 상태였다.
보호관찰을 위반한 소년범이 재범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대상자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관리에 허점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관찰 대상자 수와 비교하면 관찰관이 턱없이 적은 데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의 소년범 담당 보호관찰관은 190여명 수준이다.
이들이 관리해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 소년범은 2만5천여명에 이른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대상자가 130명을 넘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호관찰관들은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그런데도 구석구석까지 손길을 내밀기는 버거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이 지난 6월에 이미 한 차례 같은 피해자를 폭행해 경찰이 조사했음에도 보호관찰을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최근 발생한 두 번째 폭행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지 사흘 뒤에나 가해자들이 보호관찰 상태인 것을 파악했다.
이를 두고도 소년범죄를 수사하는 경찰과 소년범을 관리하는 법무부 사이에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제도상 성인 범죄자의 집행유예 여부와 달리, 소년범의 경우에는 경찰이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법무부는 보호관찰 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
소년법 제70조는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그 사건 내용에 관하여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이는 소년범의 개인정보 보호 등 인권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법무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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