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는 그림의 떡"…무휴 제조업체·교대근무자 '한숨'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권준우 기자 = 정부가 내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하면서 추석 연휴가 장장 열흘로 늘어났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다.
대기업이나 관공서에 종사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추석 연휴 내내 일손을 놓을 것으로 예상하나, 납품 기한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중소 제조업체와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교대근무 노동자들에겐 꿈 같은 이야기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A 전자회로기판 제조업체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5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출근해 3교대로 10일 내내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납품처가 주로 해외에 몰려 있다 보니 정해진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A업체 관계자는 5일 "주·야간 12시간씩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지 않으면 납품기일을 맞출 수 없다"라며 "임시공휴일이 지정됐다고 해서 납품기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평택시 B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B업체는 납품기일 때문에 연휴에도 24시간 교대근무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12시간 야간근무 후 하루의 휴무가 주어질 뿐 통상적인 휴일 개념은 아예 없는 셈이다.
업체 측은 "추석 연휴를 전후로 납품계약이 몰려 있어 임시공휴일이 지정돼도 휴무일을 늘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납품기일이 지나면 (회사 자체적으로) 대체 휴일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원청업체가 정한 납품기일을 어길 경우 재계약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임시공휴일에도 가동을 멈출 수 없는 게 보통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5월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소 제조업체들은 연휴 휴무를 지킬 수 없는 이유로 '납품기일 준수'(33.3%)와 '일시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량·매출액의 큰 타격'(29.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각에서는 임시공휴일 제도에 강제성이 없고, 중소기업 정관에는 임시공휴일 개념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휴일에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사업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제도 범위는 원칙상 관공서에 국한돼 있으므로, 개별 기업 취업규칙에 임시공휴일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은 한 업주의 자율에 맡겨진다"라며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임시공휴일에 대한 내용이 취업규칙에 들어가 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교대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번 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서울의 한 민간업체에서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29)씨가 열흘 중 쉴 수 있는 날은 단 4일이다.
회사를 향한 사이버 공격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업무 특성상 주간·야간·비번·비번 형태로 4개조로 나눠 교대 근무한다.
정씨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연휴를 이용해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내가 일하지 않으면 누군가 휴일을 반납하고 그 자리를 채워야 해서 그럴 수는 없다"라며 "이럴 때면 열흘 내내 쉬는 주간 근무자들이 무척 부럽다"라고 푸념했다.
수원 도시안전통합센터 관제요원 48명에게도 이번 연휴는 특별하지 않다.
관내에 설치된 CCTV 7천800여개를 모니터링 해야 해서 12명이 4교대로 연중무휴로 근무한다.
센터 관계자는 "출근하지 않으면 무급휴가로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관제요원은 이번 연휴에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근무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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