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싱턴 궁에 시민 발걸음 이어져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다이애나빈 20주기를 맞은 31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다이애나가 생전에 살던 런던 켄싱턴 궁 정문 앞에는 전날부터 그를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켄싱턴 궁 정문 주변에는 추모객들이 놓은 엽서, 메시지, 촛불, 다이애나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녀가 사고를 당한 새벽 시간에 맞춰 이곳을 찾은 그녀의 팬들도 많았다.
이날 다이애나가 생전 자주 찾았던 런던의 밀드메이 미션 병원 등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밀드메이 미션 병원은 당시 에이즈 호스피스 시설로 다이애나가 정례적으로 방문하면서 관심을 기울였던 곳이었다.
켄싱턴 궁을 찾은 소피 롱은 BBC에 "다이애나는 대중들에게 달려와 안아줬다. 왕실에 그런 이는 없었다. 그녀는 두 개의 심장을 갖고 태어났다. 하나는 사람들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는 전날 오후 켄싱턴 궁 안에 있는 선큰 가든을 20주기를 기념해 새로 단장한 화이트 가든을 찾아 조용한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현재 켄싱턴 궁에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살고 있다.
다이애나빈 사후 네 번째로 조성된 기념공간인 화이트 가든은 다이애나 빈이 생전 즐겨 찾던 선큰 가든에 흰색 꽃들과 나뭇잎 장식 등으로 가득하게 꾸민 곳이다.
다이애나의 삶과 스타일, '절친' 캐서린 워커가 디자인한 흰색 '엘비스' 드레스 같은 그녀의 이미지를 연상시켜 꾸며졌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이애나가 숨진 프랑스 센강 북쪽의 알마 터널 근처에서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이날 오전 7시께 터널 위쪽에 설치된 조형물인 '자유의 횃불' 앞에 꽃다발을 놓고 떠났다. 다이애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 조형물은 언제부터인가 비공식 다이애나 기념물이 됐다고 AP 통신은 소개했다.
현장을 찾은 프랑스 여성 이브 데밀로는 AP 통신에 다이애나는 "강한 캐릭터와 강한 심정을 지닌 현대의 한 엄마였다. 그녀는 또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다"며 추모했다.
영국에서 온 린다 그랜트는 "마치 어제 일 같다. 우리 가슴에 그녀가 아직도 있다. 그녀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영국 방송들은 다이애나 20주기를 앞두고 지난주부터 특별 다큐멘터리들을 앞다퉈 방영하며 추모 열기를 북돋웠다.
또한, 채널4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의 비공개 육성이 담긴 '육성 속의 다이애나(Diana: In Her Own Words)'를 방영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다이애나가 찰스 왕자와의 힘겨운 결혼 생활, 성관계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신문들도 이날 다이애나 20주기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추모에 가세했다.
보수 일간 텔레그래프는 1면 톱기사로 20주기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는 모두 그날 누군가를 잃었다'는 제목을 달았다.
전날 해리 왕자가 켄싱턴 궁 화이트 가든에서 다이애나가 생전 관여했던 자선단체 관계자들과 만나서 꺼냈던 말이다.
보수 일간 더타임스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켄싱턴 궁 화이트 가든을 거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1면에 실었다.
타블로이드 더 선은 1면 톱기사로 '그녀는 아직 시민의 왕세자빈(people's princess)'이라는 헤드라인을 붙였다.
'시민의 왕세자빈'은 사고 당시 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다이애나가 많은 시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인물이라는 뜻에서 한 표현이다.
대중지 데일리 익스프레스 역시 같은 사진을 싣고 "20년이 지나서 윌리엄과 해리가 성장해 다이애나 추모의 바다에 돌아왔다"고 썼다.
타블로이드 데일리 미러도 '왕자들이 모친을 추도하는 가운데 가슴이 미어지는 1997년의 울림'이라는 부제로 소식을 전했다.
다이애나는 1981년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1996년 이혼했으며 이듬해인 8월 31일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를 타고 파파라치를 피해 고속질주하던 중 차가 터널 속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