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KTX 세종역 재추진 발언에 충북 긴장…논란 확산 경계
"논란 불쏘시개 될라" 공식 대응 자제…이시종지사 침묵
시민단체는 "충북도민 무시하는 처사" 강력 반발 움직임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세종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의원이 KTX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충북도는 진의 파악에 나서는 한편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KTX 세종역 신설은 이 의원이 지난해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면서 불거졌다.
청주 등 충북은 세종역이 신설되면 인근 KTX 오송역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KTX 세종역 저지를 위한 충북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강력히 반발했다.
양 지역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행한 '세종역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경제성 대비 편익성(B/C)이 0.59로 나오면서 논란이 정리됐다.
통상 국책 SOC 사업은 편익성 조사 결과가 1에 미치지 못하면 사업 시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청주 유세에서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지자체의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충북에서는 세종역 신설 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세종역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세종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유성 등 대전의 북부지역과 세종지역을 포함하면 KTX 세종역 설치 타당성 조사에서 BC가 충분히 나올 것"이라며 세종역 신설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충북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여권의 중진인 이 의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일단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자칫 도가 나섰다가 논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을 우려해서다.
31일 김희수 균형건설국장은 충북도 출입기자들과 한 정례간담회에서 "국토부가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를 할 당시 (이 의원이 주장하는) 유성 등 대전 북부지역까지 포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왔고 별다른 여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선거 때 세종역 신설 문제는 양 지역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결정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시종 충북지사도 방송의 날(9월 3일)을 앞두고 방송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세종역 신설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다음에 말하자"며 언급하지 않았다.
도의 신중한 자세와 달리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 의원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또다시 세종역 신설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충북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세종역 신설 움직임이 감지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w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