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족 유혈사태 악화일로…민간인 집단공격도
유엔 안보리 유혈사태 논의…말레이서 로힝야 난민들 시위
미얀마선 불교도 집회…강경진압·국가비상사태 선포 촉구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난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경찰초소 습격 사건으로 촉발된 유혈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토벌작전에 나선 미얀마군과 반군의 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에는 로힝야족 반군과 이에 동조하는 무리가 민간인을 집단공격해 죽였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또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하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미얀마에서는 정부가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ARSA를 뿌리 뽑기 위해 더 강경한 진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31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라카인주(州) 마웅토의 이슬람교도 마을 줄라 인근에서 한 무리의 로힝야족이 아라칸인(라카인주에 사는 불교도) 5명을 공격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마웅토 행정관인 예 흐툿은 "그들은 칼과 같은 무기로 5명의 남성을 공격했다. 4명은 죽었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미얀마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8일 마웅토의 콘-타잉 마을에 400여 명의 ARSA 반군이 들이닥쳐 소수민족인 므로(Mro)족 남녀 7명을 살해하고 마을에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25일 ARSA의 경찰초소 습격 사건 이후 공식 집계된 사망자(로힝야족 제외)는 19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7명은 힌두교도 일가족이었고, 므로족(7명), 다잉넷족(5명) 등 소수민족들도 희생양이 됐다.
또 미얀마 군경에서는 모두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로힝야족 사망자도 1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 국제이주기구(IOM) 집계에 따르면 최소 1만8천500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고,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의 제지로 국경을 넘지 못한 채 국경 지역에 갇힌 난민도 수만 명에 이른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뉴욕에서 비공개회의를 하고 미얀마 유혈사태 해법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은 미얀마 문제를 논의할 별도 회의를 요구했으나 중국이 적극적인 개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후 매튜 라이크러프트 영국 대사는 "다수의 회원국이 미얀마 긴장 완화를 요구했다. 우리는 모두 폭력 행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 인근 이슬람국가에서도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우려하는 집회와 시위가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전날 1천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과 동조자들이 '로힝야 학살 중단' 등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으며, 일부 참가자는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반면,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민족주의 성향의 불교도들과 승려 등 수백명의 시위대가 로힝야족에 대한 강경 진압과 계엄령 선포 등을 요구했다.
특히 극우성향의 불교 지도자인 위라투는 "군대만이 라카인주 사태를 해결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며, 벵갈리(로힝야족을 낮춰 부르는 말) 테러범을 길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안보방위위원회를 열어 라카인주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달라는 군부의 요구를 묵살한 아웅산 수치와 문민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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