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소록도 옛 마을, 어설픈 복원보다 지금 그대로 보존"
소록도병원, 서생리 마을 옛터 보존사업 준공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한센인들의 한과 역사가 서려 있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도 가장 오래된 마을 서생리.
1916년 한센 전문병원 자혜의원 본관이 이곳에 들어서고 주변에 환자 숙소와 병원 건물 등이 자리 잡으며 소록도 시작이자 중심마을 역할을 했던 곳이다.
주민들이 1990년대 초까지도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건물이 낡고 오래돼 소록도 내 다른 마을로 옮긴 이후 지금은 허물어져 가는 당시 건물 몇 채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대부분 1920년대, 1930년대, 1970년대에 지어진 벽돌건물들이다.
더는 환자들이 거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방치돼 건물은 여기저기 붕괴하거나 훼손됐고 나무와 덩굴이 덮여 쉽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나마 1917년에 세워진 자혜의원 건물만 전남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을 뿐이다.
소록도병원 측은 100년에 걸쳐 한센인들이 만들어 낸 이들 건축물이 비록 낡고 오래된 벽돌건물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기억이자 상흔의 상징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보고 보존 작업에 착수했다.
'소록도 서생리 마을 옛터 보존사업'의 이름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정비 작업에 나섰다.
어설픈 복원으로 옛 모습을 잃어버리기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는 것이 사업 취지다.
환자들의 거주 공간이었던 마을 병사와 편의시설들을 실측해 자료로 정리하고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비를 시행했다.
4개월여간 정비공사를 벌여 기존 환자 거주시설 6동, 쉼터 1동, 목욕탕 건물 벽체와 지붕 등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수보강 작업에 집중했다.
내·외부 진입로와 탐방로는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 단장했다.
소록도병원은 31일 서생리 마을 옛터에서 그동안 해 왔던 보존사업 준공식을 했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환자들이 살았던 당시처럼 다시 만들기보다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소록도의 참뜻을 더 잘 간직할 수 있다고 봤다"며 "서생리 마을뿐만 아니라 소록도 곳곳에 남아 있는 옛 흔적들을 보존하기 위한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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