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싸우는가…진화론으로 해석한 전쟁과 폭력의 원인
이스라엘 정치학자 아자 가트 신간 '문명과 전쟁'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인간은 왜 폭력을 쓰고 전쟁을 할까.
이스라엘의 정치학자 아자 가트는 신간 '문명과 전쟁'(교유서가 펴냄)에서 오래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오랫동안 전쟁의 원인과 진화, 군사이론, 군사전략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동물행동학, 진화심리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역사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오가며 폭넓은 학제간 관점을 제시한다.
책은 전쟁이 농경의 도입과 문명 발전에 따른 '문화적 발명품'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진화론적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본다. 수천∼수백만 년에 걸친 자연의 선택 압력에 따라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성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본성에 내재해 있다는 것.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것은 문명이나 외부세계와 접촉 없이 지리적으로 고립됐던 오스트레일리아와 북아메리카 북서해안 수렵채집민들이다. 동물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듯 이들 채집민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고 싸움을 벌인다. 저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 인류 역사의 99.5%를 차지하는 수렵채집사회에서 형성됐다는 관점에서 이들 수렵채집민이 인간 본성에 공격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즉, 장 자크 루소의 '고결한 야만인'보다는 토머스 홉스의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이 자연상태의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본성에 내재한 공격성은 하나의 성질이나 잠재성, 성향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항상 발현되지는 않는다. 조건에 따라 공격성의 수위는 떨어질 수도, 아예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공격성을 불러일으키는 1차 조건은 식량과 성, 즉 자원과 번식의 문제다. 여기서 지위나 위신, 명예 같은 서열의 문제나 제거나 억지를 위한 복수 같은 2차 조건이 동기로 작용한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전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전쟁은 문화적 발명품은 아니지만 농경의 도입으로 시작된 문명의 발전과 함께 싸움도 함께 진화해간다. 농경사회, 목축·유목사회, 부족사회, 족장사회, 소국가, 도시국가, 제국, 근대민족국가 등으로 인간 집단 자체의 크기가 커지면서 집단 싸움의 규모도 커졌다. 국가는 전사집단을 군대로 바꾸고 세제를 통해 전비를 조달하고 직접 군대를 조직하고 육성함으로써 전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저자는 오늘날 전쟁의 빈도가 낮아진 것 역시 인간의 욕구 충족에 유리한 쪽을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폭력적 선택지에 의존할 경우 경쟁적 협력이라는 평화적 선택지에 의존할 때보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숙은. 이재만 옮김. 1천64쪽. 5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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