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팬 고장으로 탱크에 가스 찬 것이 일차적 원인"
STX 폭발사고 관련, 경찰측에 팬 고장 이유 규명 요구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과 관련해 유족들은 사고 당시 탱크 내부 (환풍)팬이 돌아가지 않아 유증기가 찼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을 경찰에 요구했다.
창원해양경찰서는 22일 사고 희생자 빈소가 마련된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을 상대로 합동 감식 과정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사고 당일 탱크 폭발 10∼20분 전 팬이 돌아가지 않아 이를 손보는 것을 목격한 작업자가 있다"며 "경찰은 현재 전기 스파크를 일으킨 원인만 찾고 있는데 이번 사고의 일차적 원인은 유증기가 빠지지 않고 탱크에 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팬이 돌아가지 않아 탱크에 가스가 차 있으니 결국 전기 스파크가 폭발로 연결된 것"이라며 "전기 스파크 원인만 찾지 말고 팬도 함께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들은 발화원에 대한 조사가 자칫 사고로 사망한 작업자들의 잘못을 찾아내려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를 우려했다.
유족들은 "결국 폭발 전 탱크에 유증기가 찬 이유는 팬 고장인데 경찰 조사 과정을 보면 이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오직 폭발 원인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자칫 작업자 실수로 전기 스파크가 발생했다고 외부에 비칠 수 있는데 기계결함이나 STX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가 선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전기 스파크가 폭발로 이어진 것은 팬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탱크 내 유증기가 찼기 때문으로 이는 너무 당연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유족들의 우려처럼 경찰이 그 부분을 소홀히 하거나 모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기 스파크가 발생한 부분이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기에 여기에 집중하는 것 뿐"이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유족들은 작업 승인 다음 날이 아닌 이틀 뒤 도장작업에 들어간 이유 설명, 빠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제시, 유족들에게 매일 수사 경과 전달 등을 요구했다.
앞서 유족들은 사고 현장의 배기관이 구멍 나고 찢어졌으며 스프레이 기계에 연결된 접지선이 박스가 아닌 외부에 접지되고 안전관리자가 1명만 배치되는 등 사측의 안전관리가 소홀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RO 탱크에서 폭발이 발생,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작업자 4명이 숨졌다.
폭발 사고가 난 선박은 7만4천t급으로 오는 10월 그리스 선박회사에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현재 전체 작업 공정률은 90%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상태였다.
경찰은 도장작업 중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며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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