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여간 전투복 차림' 이순진…42년 군생활 마감(종합)
부하 3명 육·해·공군총장에 발탁…文대통령 "작은거인" 칭찬
이임식서 부인에게 감사 인사 전하며 눈물 훔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22개월여 재임 기간 전투복 한 번 벗지 못하고 자리를 지킨 합참의장이 또 있겠습니까."
20일 이임식을 갖고 정경두 신임 의장에게 합참 군기와 지휘권을 넘겨 주고 명예로운 42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한 이순진 합참의장은 최근 한 사석에서 긴장의 연속이었던 합참의장 재임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육군 3사관학교 출신으로 첫 합참의장에 올랐던 이 전 의장은 재임 기간 내내 최고의 긴장감을 갖고 자리를 지켰다.
북한은 그의 재임 기간 2차례의 핵실험과 27회 38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접적 지역과 접적 해상 일대에서 북한의 전술적 도발 위협도 계속됐다.
이 전 의장은 이런 환경을 의식한 듯 이임사에서 "지난 22개월의 재임 기간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재임 기간 내내 전투복 차림으로, 눈을 뜬 순간부터 북한군의 동향만을 주시하고 근무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의장의 휘하 합참 차장과 본부장 등 3명이 육·해·공군총장으로 발탁되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엄현성 해군총장(전 합참차장), 이왕근 공군총장(전 합참군사지원본부장), 김용우 육군총장(전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이 합참에서 이 전 의장을 보좌했던 핵심 인사들이었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이를 두고 "역대 합참의장 중 가장 힘이 센 의장"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창군 이후 최초로 이날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 대장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오늘 명예롭게 전역한다. 조국은 '작은 거인' 이순진 대장이 걸어온 42년 애국의 길을 기억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문 대통령의 참석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국가 안보에 헌신하는 전·현 합참의장의 노고를 위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는 이 전 의장이 군을 안정적이고 실전적으로 운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화한 성격에 출신이나 지역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하를 자신의 지위와 동등하게 대하는 그의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이다.
그는 이임사에서 "본인을 성심껏 보좌해 준 엄현성, 이범림 차장과 김용현·임호영·김용우·강구영·이왕근·김황록 본부장, 작전사령관들과 합동부대장들"이라고 호명하기도 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부부와도 '절친' 사이이며 자신과 같은 해 임관하고 합참의장도 같은 해에 발탁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과도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은 재임 기간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로 혼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견위수명은 '나라의 위태로운 지경을 보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22개월 동안 밤잠을 설친 '고민'과 '생각'들이 완전히 종결되지 못해 참으로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군 생활 42년간 45차례 이사를 해야 했던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작은 거인'은 눈가를 촉촉이 적시며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전 의장은 "제 아내는 저를 중심으로 살았고, 제가 바르게 생각하고, 제가 중심을 잡고 군 생활에 집중하도록 했다"면서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조언을 해줬다. 만일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두 자녀에게도 "이 세상 최고의 표현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이제 대한민국의 민간인으로 돌아간다"면서 이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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