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밀려나는 금융권 친박들…다음엔 대구은행장?
DGB 박인규, 정부 고위 관계자에 거취문제 언급…정찬우 뒤따르나
"이동걸 산은 회장도 조만간 거취 정리" 관측…연쇄 인사 신호탄 전망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박근혜 정부에서 득세했던 금융권 인사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꼽혔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퇴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퇴설이 불거졌다.
박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면담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취임한 그는 지난 3월 연임에 성공, 임기가 오는 2020년까지다.
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만난 사실이나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박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박 회장이 거취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지만, 아직 결심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금융권에서 친박 인사로 분류됐다. 경북 경산 출신인 그는 '친박 핵심'으로 꼽혔던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과 친분이 깊다는 전언이다.
박 회장이 금융위 고위 관계자와 만난 직후 자진 사퇴설이 나돌고 대구은행이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사실이 밝혀지는 등 긴박하게 전개되는 상황도 주목된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비자금 조성 등 대구은행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수억∼수십억 원이 조성됐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금융당국에는 이런 의혹과 박 회장을 연관 지은 은행 내부 투서가 최근 빗발치고 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앞둔 정찬우 이사장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 고위층에서 박 회장의 거취문제가 특정 친박 인사들을 겨냥한 '정치적 솎아내기'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공공기관인 거래소와 달리 DGB금융은 민간 금융회사인 만큼, 당국이 금융회사 인사에 관여하는 듯한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정 이사장, 박 회장과 함께 금융권에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친박 인사로 꼽힌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가 2019년 2월까지지만, 벌써 이 회장의 후임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 회장은 공모직이 아니지 않으냐"며 이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친박 인사들의 교체 문제와 맞물려 취임 한 달이 지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공석인 금융권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최 위원장 취임으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SGI서울보증 사장과 수협은행장, 이달 말 공석이 되는 손해보험협회장 등이 우선 거론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후임 인선도 금융위 1급 간부들의 인사와 함께 청와대가 검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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