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신간]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작아져요
하늘을 나는 모자·이렇게 멋진 날·나의 작고 작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작아져요 = 페피는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좋다. 고무줄 놀이도 하고, 맛있는 초콜릿 빵도 먹고, 낱말 맞추기도 한다. 무엇보다 할머니는 키가 큰 어른이어서 좋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할머니가 원두막에 들어갈 때 더 이상 몸을 굽히지 않는다. 빨래를 널 때는 의자에 올라선다. "할머니의 몸이 어느새 아주 많이 작아졌어요. 그래서 주사위 놀이를 할 때 내가 할머니의 주사위 말을 슬쩍 한 칸 앞으로 밀어 놓아요. 이제 주사위 놀이는 할머니한테 무척 힘든 놀이가 되었거든요."
할머니가 조금씩 늙어가는 모습을 아이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림책. 쓱쓱 그린 듯한 연필 그림과 정갈한 글씨체가 한 편의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
씨드북. 잉카 팝스트 지음. 메르다드 차에리 그림. 이기숙 옮김. 64쪽. 1만2천원. 초등 저학년.
▲ 하늘을 나는 모자 = 지난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의 '글 없는' 그림책.
초록색 리본이 달린 까맣고 봉긋한 모자. 모자는 오리와 원숭이에게 갔다가 책을 좋아하는 아저씨와 동물원 사육사에게 간다. 소년이 바람에 날아가버린 모자를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다음 장면에서 모자를 잡을 주인공이 미리 등장한다. 연못·동물원·기차 등으로 공간도 다채로워 이야깃거리가 많다.
보림. 32쪽. 1만1천원. 3세 이상.
▲ 이렇게 멋진 날 = 한국 작가 이수지가 그리고 미국 작가 리처드 잭슨이 쓴 그림책.
먹구름이 내려앉은 어느 날, 아이들은 집안에서 무얼 하며 놀까 궁리한다. 라디오를 켜고 음악에 자유롭게 몸을 맡긴다. 그러다가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밖으로 나간다. 즐겁기로 마음먹은 아이들에게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
비가 오는 동안 집 안은 모노톤으로 표현되지만, 아이들이 밖에 나가기로 하면서 행복한 색감이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즐거움이 커질수록 그림은 점점 화사해진다.
비룡소. 40쪽. 1만2천원. 4세 이상.
▲ 나의 작고 작은 = 스위스의 부부 작가 제르마노 쥘로와 알베르틴이 쓰고 그린 플립북 형식의 그림책.
멈추지 않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엄마가 아이를 안고 회전하는 동작이 춤추듯 이어진다. 아이는 엄마의 숨과 속삭임으로 자라나고, 엄마의 두 팔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이제는 아이가 엄마를 안고 있다.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사랑, 시간의 흐름, 삶의 순환 그리고 관계에 관한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
문학동네. 정혜경 옮김. 80쪽. 1만2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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