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거리' 대변초등학교 55년만에 교명 바뀐다
아이들이 동문 설득해 교명변경 서명운동…행정절차 거쳐 내년 3월 확정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아이들의 설득이 통했다. 일부 동문의 반대로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던 부산 기장군 대변초등학교의 이름이 개교 54년 만에 바뀐다.
어린 학생들이 '예쁜 교명을 갖고 싶다'며 지난 4월부터 동문과 마을 어른들을 설득해 4천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결과다.
대변초등학교는 교명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착수한다고 17일 밝혔다.
오는 21일 교명변경추진위에서 새로운 교명 3건을 선정해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이달 말 해운대교육지원청에 정식으로 개명을 신청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명을 공모해 '해파랑', '차성', '도담' 등 3건을 선정됐다. 동창회에서도 졸업생과 지역 주민을 상대로 새 교명을 받고 있다.
교명은 부산시교육청의 교명선정위원회 심의와 부산시의회 조례 개정을 거치면 확정된다.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 3월 새 학기부터는 바뀐 교명을 사용할 수 있다.
대변초등학교의 개명 작업은 1963년 기장초등학교 대변분교에서 대변국민학교로 독립한 지 54년 만이다. 현재 전교생 76명의 소규모 학교다.
대변은 기장군 대변리에서 딴 이름이다. 대변리는 조선시대 공물 창고인 대동고가 있는 항구를 의미하는 '대동고변포'의 줄임말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대변초등학교 학생들은 주위에서 자신들의 학교를 '똥학교'라고 부를 때가 많아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아왔다.
학교명을 바꾸자는 제안이 수차례 나왔지만 일부 동문의 반대로 실제 변경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부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5학년 하준석 군이 '교명 변경'을 공약하면서 교명 변경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하 군을 비롯한 아이들은 지난 4월 멸치축제 때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졸업한 동문을 상대로 교명 변경 서명을 받았다. 동네 어른들과 선배들에게는 편지를 써 교명 변경에 뜻을 함께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학부모들도 교명 변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부모·교사·동창회와 마을 이장이 합심해 구성한 교명변경추진위원회는 부산 전역을 돌아다니며 교명 변경을 지지하는 서명 4천여 건을 받았다.
이 학교 최영숙 교감은 "동문과 지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시작한 교명 변경 운동이 결실을 보게 돼 기쁘다"며 "내년 3월 1일부터는 새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남은 행정절차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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