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부영아파트 부실] 하자보수 외면에 더 큰 비난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건설사 부영이 지은 지 반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새 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 비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와 경기도, 화성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23블록 부영아파트는 새 아파트임에도 8만 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했지만 입주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하자보수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와 화성시가 동탄2 부영아파트를 '부실시공 아파트'로 공개 지목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부영은 이후에도 하자보수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18개 동 1천316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015년 2월 중순 착공해 25개월간 공사를 끝내고 올해 3월 6일 인허가 기관인 화성시로부터 사용검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 1천135가구가 입주해 86.2%의 입주율을 나타내고 있다.
화성시는 당초 입주예정자들로부터 하자보수 민원이 많이 발생해 이 아파트에 대한 준공 승인을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부영이 "하자에 대해 책임시공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결국 사용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 달리 부영이 하자보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이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문제가 된 동탄부영아파트는 접수된 민원만 보더라도 부실시공 범위가 넓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 아파트 건물은 입구 벽면의 누수로 바닥 물고임현상이 발생해 임시방편으로 배수구를 설치해야 했고, 다른 아파트 건물은 주차장에서 침수·누수 현상이 발생해 습기 찬 지하에는 제습기를 설치해야 했을 정도다.
윤광호 부영아파트 입주자대표는 "누수, 조경, 엘리베이터 등 문제가 너무 많아 다 열거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4억원이나 되는 새 아파트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부실시공이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질 게 뻔한데 오죽하면 입주민들이 이 문제를 알리고 나섰겠나"라는 말이 나왔다.
채인석 화성시장도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동탄2신도시에는 2015년부터 30여 개 단지가 사용검사 처리돼 현재 8만 명 이상이 입주해 생활하는데 부영아파트처럼 하자가 많은 단지는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채인석 화성시장과 기자회견을 열어 시공사 부영주택과 감리자에 대한 영업정지, 부실벌점 부과 등 제재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남 지사는 이후에도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동탄부영아파트 부실시공 현장을 수차례 방문했으며, 지난 14일에는 다섯 번째로 부실시공 현장을 찾아 하자보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또 채 시장은 아파트 단지 안에 '현장 시장실'을 설치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하자보수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채 시장은 지난 7일에는 "부영주택이 두 번 다시 날림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면밀하게 조사해 영업정지 등 최고수위 징계를 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부영의 부실시공 논란은 동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시 덕진구 하가지구 내에 있는 부영 임대아파트(860가구)도 입주를 시작한 2014년 10월부터 하자 민원이 쏟아졌다.
지하주차장 벽에 균열이 생기고 베란다, 창틀에 문제가 있는데도 부영의 하자보수가 지연되자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발족했고, 부영과 작년까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부영은 부실시공뿐 아니라 최근 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 문제를 놓고도 전국 각 지자체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부영은 동탄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 "아파트 입주가 지연돼 공사 마무리가 다 안 된 상태에서 입주가 진행되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영은 "공용 부분에서 가장 큰 부분은 블록 침하, 스크래치이고 주차장 벽과 천장 누수, 배관 주위 누수에 대한 하자보수 요청이 있었는데 이번 주까지 보수를 하고, 교체해야 하는 게 있다면 이달 말까지 다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아파트 내부에는 도배나 마루 공사를 하면서 미진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입주민들이 하자로 봐서 하자접수 건수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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