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선 막판스퍼트 첫 화두는 '디젤차'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내달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자국 산업을 떠받치는 자동차 업계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을 겨냥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주에 걸친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메르켈 총리는 전날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첫 일성으로 "자동차 업계의 상당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신뢰를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렇게 밝히고 "사람들이 배출가스 시험의 허점을 대규모로 이용해 신뢰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디젤 스캔들에 대한 독일 국민의 공분과 우려를 메르켈 총리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메르켈 총리가 디젤 스캔들과 같은 까다로운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적 대응을 기피한다는 비판에 답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2015년 폴크스바겐(VW)에서 시작된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BMW와 다임러 등 다른 독일 자동차업체로 확산했다.
이에 독일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더욱 강경한 조처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물론 그의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를 비롯한 현지 정치권은 자동차가 독일 산업의 중추라는 점 때문에 관련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자동차 업계를 비판하면서도 수십만 개의 일자리 등으로 독일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자동차 업계를 계속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등 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이날 자신이 이끄는 보수 기독민주당 지지자를 넘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 노동시장 보호 공약을 내세웠다.
사민당 슐츠 당수 역시 디젤 스캔들 비판에 가세했다.
슐츠 당수는 자동차 업계 관련 법규와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을 주장했다.
특히 슐츠 당수는 전체 EU 차원에서 쿼터를 정해 전기자동차를 의무적으로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기 자동차에 관한 한 분발해야 한다"며 "독일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비웃었으나 이제 더는 교만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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