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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검찰 "베트남 기업인 '피랍' 수사"…베트남과 외교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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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검찰 "베트남 기업인 '피랍' 수사"…베트남과 외교갈등 증폭

독일 "냉전시대 영화 같은 납치" vs 베트남 "비리 경영인의 자수"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경영 비리 혐의를 받는 베트남인의 신병을 놓고 독일과 베트남의 외교갈등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에 도피 중인 자국민이 자수했다고 발표했지만, 독일 정부가 독일 땅에서 베트남 정보요원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반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검찰이 이번 사태를 납치 사건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AP, dpa 통신 등 외신들이 11일 보도했다.

연방검찰은 외국 정보기관의 활동과 불법적인 자유 박탈 혐의에 수사 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독일 베를린의 한 공원을 걷던 찐 쑤언 타인(51) 전 페트로베트남건설 회장이 강제로 차에 태워져 사라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는 2011∼2013년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건설을 운영하며 3조3천억 동(1천663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베트남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타인 전 회장은 작년 8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한 뒤 소재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베트남 공안부는 지난달 31일 그가 자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독일 외교부는 타인 전 회장이 독일 주재 베트남 대사관 소속으로 활동하는 정보요원에 의해 납치됐다고 밝히며 이 정보요원을 추방하고 타인 전 회장을 독일로 다시 보낼 것을 베트남 정부에 요구했다.

타인 전 회장은 당시 베트남 당국의 정치적 박해를 주장하며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3일 타인 전 회장이 자수했다고 반박하며 독일 정부의 비난에 유감을 표명했다. 같은 날 타인 전 회장은 베트남 국영방송 VTV에 출연해 죗값을 받기 위해 자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외교부는 냉전 시대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납치 사건이라고 재차 비난하며 추가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외교·경제적 보복 조치를 하고 베트남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유럽연합(EU)과 베트남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똥을 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U와 베트남은 2015년 12월 거의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는 FTA를 체결하고 양측 의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유럽의회의 피어 안토니오 판제리 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이 베트남의 인권 개선이 없이는 FTA 발효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번 사태가 일어나 독일이 FTA 조기 비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 가운데 베트남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미국의 탈퇴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그 대안으로 EU와의 FTA 발효를 꼽고 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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