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 근거 약하다…소득계층 이동 가능성 커"
한국경제연구원 세미나서 박재완 교수 주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富)에 따라 평생 경제·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수저 계급론'이 통념으로 굳어진 현실과 달리, 실제로는 우리 사회 소득계층의 이동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사회 이동성 진단과 대안 모색: 흙수저는 금수저가 될 수 없는가'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득분배상태는 지니계수와 분위별 상대소득비중, 소득점유율, 상대 빈곤율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 평균에 가깝다"며 "'헬 조선'이나 '금수저'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11~2012년까지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각 소득계층이 장기간에 걸쳐 같은 계층에 남을 확률을 추정(마르코프 모델 적용)한 결과, ▲ 저소득층 29.8% ▲ 중산층 38.2% ▲ 고소득층 32%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 가능 가구만 따로 보면, 동일 계층 잔류 확률은 ▲ 저소득층 12.7% ▲ 중산층 43.8% ▲ 고소득층 43.5%로 더 낮은 수준이었다.
박 교수는 "분석 결과처럼 한국의 계층 이동 가능성은 여전히 큰 편"이라며 "다만 외환위기 이후 계층 이동이 둔화하는 것은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빈곤이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저론이 대두한 배경은 경제적 격차보다 청년 취업난, 학력·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강화, 자격·면허 등 정부규제에 편승한 기득권, 비교·쏠림 성향과 상대적 박탈감, 열악한 사회자본 등"이라며 "수저론을 완화하려면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고, 그 지름길은 경제 자유화를 위한 구조개혁"이라고 조언했다.
이진영 한경연 부연구위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세대 간 소득탄력성 비교 결과를 근거로 "한국의 소득 이동성은 OECD 17개 회원국 중 8번째로 높다"며 "우리나라의 소득 이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대 간 소득탄력성은 부자(父子)간 소득의 상관관계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이동성이 낮다는 뜻인데, 한국의 소득탄력성 값이 17개 나라 가운에 밑에서 8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수저 계급론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은 소득분배 정책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매우 낮다는 방증"이라며 "소득 차등적 복지정책을 통해 체감도를 높이고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사회제도 개혁을 통해 소득 이동성이 높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보다 더 낫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직업을 얻는 비율, 이른바 '세대별 사회 이동률'이 20년 전 85%에서 최근 81%로 소폭 떨어졌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1990년대 청년층(1966~1975년생)과 비교해 최근 청년층(1987~1994년생)의 경우 부모보다 더 나은 직업을 얻는 '상향이동' 비율이 약 12%p(포인트) 낮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직업을 얻는 '하향이동' 비율은 약 8%p 높아졌다. 그만큼 사회적 이동성이 부정적 방향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문제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이동 기회 감소가 실제(사회이동 비율 감소 폭)보다 더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2015년)에 따르면 '상향이동'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비율이 10년 전보다 22%p나 높아졌다.
그는 "사회이동 가능성을 키우는 것은 사회 활력 제고와 사회 통합의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라며 "저소득 취약계층 자녀들의 신체·정신적 건강과 학업에 대한 열망, 인지적 능력을 돌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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