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에 2번이나 당했다'…인천경찰청 코앞 편의점
편의점 '112 신고시스템' 실효성↓…오작동, 요금 부과에 설치 기피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경찰이 강도 사건에 대비해 편의점에 운영 중인 자동 신고시스템이 높은 오작동률로 실효성은 떨어지고, 그나마 개선한 시스템도 비용 부담으로 점주들이 가입을 꺼린다.
인천지방경찰청 청사에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한 편의점은 최근 4개월 사이 2차례나 강도가 들었지만 오히려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건 당일에도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2007년부터 편의점이나 금은방 등에 설치된 일반 전화기를 이용해 관찰 지구대에 자동으로 범죄 신고가 접수되는 '한달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수화기를 5초 이상 들고 있으면 112에 자동 신고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일반 전화와 겸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수화기를 잘못 들어 오인 신고가 접수되는 비율이 높다. 오작동률이 90%를 훨씬 넘어 사실상 경찰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인천경찰청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경찰이 출동하는 '개선된 한달음시스템'을 2013년부터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5초 이상 수화기를 들 필요 없이 통신사가 제공한 무선송신기(리모컨)를 1초만 누르면 관할 경찰서 상황실에 경보음이 울린다. 경찰은 동시에 PC에 뜬 가입자의 주소와 상호 등을 파악하고 곧바로 출동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무료인 예전 시스템과 달리 통신사에 최초 설치비 2만5천원과 매달 사용료 4천500원을 내야 해 편의점주들이 가입을 꺼린다.
인천 전체 편의점 1천478곳 중 개선된 이 시스템에 가입한 곳은 10%도 되지 않는 133곳에 불과하다. 전체 편의점 중 60%가 넘는 892곳은 오작동률이 높은 예전 한달음시스템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강도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편의점도 예전 한달음시스템에 가입하고도 사건 당일 이용하지 않았다.
평소 일반 전화를 이용하다가 시스템이 오작동한 경험을 한데다, 흉기를 들이밀며 강도가 지켜보는 다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가 인명 피해를 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신원을 밝히길 꺼린 피해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강도가 들었을 때 '현금은 빼앗겨도 된다. 절대 다치지만 말라'고 당부한다"며 "한때 한달음시스템에 가입했지만, 오작동이 많고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까 봐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편의점은 인천경찰청 청사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올해 3월에도 강도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예전 한달음시스템의 오작동률이 99%가량 돼 지금은 가입을 권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개선된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권하지만, 업주들이 비용 부담으로 꺼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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