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를 지탱한 '독기' "나는 QS 많은 패전 1위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패전 1위라는 초조함? 그런 건 없었어요."
kt wiz '토종 에이스' 고영표(26)는 당당하다.
불명예 기록을 하나 안고 있기는 하다. 그는 7일 기준으로 2017시즌 KBO리그 패전 공동 1위(5승 11패)다. 동료 돈 로치(2승 11패)와 이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승수 가운데 5번째 승리는 6일 수원 SK 와이번스전에서 나왔다.
고영표는 7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6-3 승리를 이끌고 시즌 5승째를 거뒀다.
무려 85일 만의 선발승이었다.
지난 85일간 고영표는 8연패에 빠져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전환한 고영표로서는 로테이션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감을 느낄 법도 했다.
그러나 고영표는 "초조함은 전혀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비록 승수는 많이 쌓지 못했지만, 투구 내용으로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개인 기록보다는 퀄리티스타트(QS)를 하고 있다는 데 집중했다. 패전 수가 늘어도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퀄리티스타트는 선발 등판해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자책점을 3점 이하로 내준 것을 의미한다.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고영표는 승리투수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그 결과 전날까지 올 시즌 20차례 선발 등판에서 9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자부심을 느꼈다.
고영표는 "스트라이크를 못 던져서 일찍 내려왔다면 위축됐을 것이다. 하지만 리그에서 볼넷이 적은 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와 정면승부를 해서 안타를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공격적 승부로 볼넷이 적은 게 아닌가 한다"며 제구력과 공격적 투구에 자긍심을 드러냈다.
고영표는 122⅓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을 14개만 허용했다. 120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 중 가장 적다. 에릭 해커(NC·16개)와 차우찬(LG·20개)이 고영표의 뒤를 잇는다.
잘 던지는데도 패전만 쌓이는 상황에 고영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좀 더 독기, 오기가 생겼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득점 지원이 없는 팀 타선을 원망하는 마음은 조금도 품지 않았다.
고영표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고영표의 6일 승리로 kt는 64일 만에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고영표는 자신의 호투로 팀 모두가 기쁨을 느끼게 된 것에 뿌듯해했다.
그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 팀 승리에 집중했다. 형들, 팀원 모두가 집중한 경기였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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