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베팅했던 '원유거래 신' 끝내 약세장에 무릎
'10년전 슈퍼사이클 대박' 앤드루 홀, 헤지펀드 운용 중단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일명 '오일의 신'으로 불렸던 원유트레이더 앤드루 홀이 결국 예측불가능한 시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낙관론을 고수하면서 유가급등에 베팅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앤드루 홀이 이끄는 원자재 헤지펀드 '아스텐벡(Astenbeck)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운용을 중단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스텐벡이 운용하는 원자재펀드는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0년대 초 원유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수요확대가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선견지명'이 적중하면서 수천억 원대 수입을 올렸다.
씨티그룹 산하 '피브로 코프'를 이끌면서 씨티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올릴 정도로 뛰어난 실적을 거뒀고, 2005년에는 성과급으로만 1천500억 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아스텐벡 캐피털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는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 상승)이 사실상 끝난 탓에 고전을 거듭했다.
유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낙관론을 고수했고 산유국들도 유가를 띄우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유가는 크게 반등하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 5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스스로 좌절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고백한다"고 털어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벌이는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시장을 정확하게 꿰뚫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의 몰락은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방증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