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北 ICBM, '게임 체인저' 아니라 위험"
CSIS 글로서맨 이사 주장, " 게임체인저 용어 사용 자제해야"
오판 가능성으로 위험 배가, 사거리보다 탑재체에 주목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북한이 성능개량에 주력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위험인 것은 틀림없지만, 전략 상황과 안보지형을 바꿀만한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태평양지부 격인 '태평양포럼'(Pacific Forum)의 브래드 글로서맨 이사는 2일(현지시간) 외교 안보 전문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집요하게 ICBM 역량 확보에 주력하는 데 미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북한의 ICBM이 게임 체인저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서맨은 북한이 지난해에만 28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고, 최근에도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를 두 차례나 실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크 밀리 육군 참모총장 등 미국의 고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들이 북한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곳은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비롯해 상당수의 분석가와 기획자들이 거론한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은 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올바르지 않아 우방과 적에게 나란히 '잘못된 신호'(wrong signals)를 줄 수 있어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서맨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한반도의 전략 상황 변화뿐만 아니라 미국과 우방까지 위협이 가능, 결국 미국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ICBM으로 "서울과 시애틀을 맞바꿀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미국이 우방과 소원해지고 결국 미국이 위기 시 개입하지 않거나 방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미국이 북한보다 더 막강한 적과 대치했던 냉전 시대에도 동맹에 대한 공약을 지켰던 것을 상기해보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글로서맨은 북한 ICBM을 게임 체인저로 표현하면 안 되는 이유로 우선 개발 가속화를 지적했다. 이 표현을 사용하면 북한의 ICBM 개발 노력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의 ICBM이 전략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은 결국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런 논리를 인정함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얘기다.
둘째로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오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이 위기 상황에서 보유한 지렛대 특히 핵전력이 미국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오판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쟁 확대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방의 우려 확산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잇따른 경고로 우방이 안도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우방의 시각에서는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은 미국이 북한 ICBM이라는 특정 위협에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는 미국이 본토에 대한 위협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동맹의 '디커플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글로서맨은 북한의 ICBM 위협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미사일 사거리가 아니라 핵탄두 등 탑재체(payload)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거리와 관계없이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미사일은 반드시 미국의 응징을 받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이런 메시지는 미국과 동맹 간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글로서맨은 북한의 ICBM은 위험임에는 분명하지만, 전략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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