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민의당 지도부, '제보조작' 면죄부 받은 것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을 파헤쳐온 검찰수사가 국민의당 관계자 5명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31일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이었던 김성호 전 의원과 부단장이었던 김인원 변호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제보 파일을 위조한 당원 이유미 씨를 지난 14일 구속기소 한 데 이어 28일에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추가로 구속기소 하고, 이유미 씨의 남동생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 대선 당시 당 대표였던 박지원 의원과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에 대해선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유미 씨가 단독으로 제보를 조작했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김성호 전 의원, 김인원 변호사는 허위 제보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그대로 공표했지만, 그 윗선의 개입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국민의당은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대선후보·상임 선거대책위원장, 비대위원·국회의원 명의로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과문을 낭독하고, "국민의당은 한 당원의 불법행위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잘못이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 국민 앞에 다시 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당은 스스로 사과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이번 사건을 당의 체질을 혁신하고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주선 위원장은 사과문에서 "검찰은 당 지도부가 제보조작에 관여하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말끔히 배제한 일이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보조작 사건과 당 지도부는 무관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경쟁 대선후보의 아들에 관한 허위 제보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공개하도록 방치한 책임에 대해선 여전히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당무에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검찰의 수사발표로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도덕적 책임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고 신중하게 더 낮은 자세로 처신해야 한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번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뼈저린 자성을 하고 위기에 처해 있는 당을 되살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작년 4.13 총선에서 창당 두 달여 만에 제3당으로 약진했는데, 19대 대선 후에는 당의 지지율이 5% 안팎의 군소정당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가 뭔지 곰곰이 따져 보기 바란다. 국민은 4.13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내건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양극단 세력이 대립하는 정치구도에서 온건하고 합리적 중도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국민의당에 표를 준 것으로 봐야 한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과연 국민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당의 창업주이자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는 어쩌다 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한 차례 사과한 바 있는 안 전 대표는 이날 대국민사과 발표장에 참석했으나 거취나 당의 진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제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8월 27일로 예정된 당의 전당대회가 당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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