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에 꿇었나…만리방화벽 우회앱 자율삭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올가을 중국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애플이 해외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VPN은 중국에서 구글 등 외국 사이트를 차단해놓은 인터넷 감시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우회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VPN 서비스 업체인 '익스프레스VPN(expressvpn)'은 29일 자사 블로그에 애플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서 애플은 익스프레스VPN 앱이 중국에서 불법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익스프레스VPN은 "놀랍고도 유감스럽다"며 "자유로운 발언과 시민적 자유를 위협하는 이러한 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VPN 사용을 막기 위해 해왔던 급격한 조치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에 실망했다"며 "애플이 중국 검열 노력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게 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스VPN은 공식 트위터에서도 자사 앱 제거 사실을 밝히며, 많은 해외 인기 VPN들에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이 같은 앱 삭제 조치가 애플 앱스토어의 중국 이용자들에게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앱을 삭제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만리방화벽은 VPN을 방해하기도 했다. VPN을 감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애플과 같은 해외 주요 기술 플랫폼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 소프트웨어 제작자들의 등을 떠민 것은 처음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 검열은 당 대회를 앞두고 5년마다 한 번씩 정점에 달한다. 그러나 VPN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이번 조치는 당 대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중국은 이달 초에는 페이스북의 암호화 메신저인 왓츠앱도 부분적으로 제한한 바 있다.
지난 12일 애플은 중국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영업하는 인터넷 기업의 고객 정보를 중국에서만 보관하고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했는데, 애플은 그 법에 따라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연 첫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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