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회 사법장악법' 거부권행사에도 폴란드 제재 '만지작'(종합)
"한 달 내 사법개혁과 관련된 모든 문제 해결해야"
'회원국 표결권 제한' 리스본 조약 7조 사상 첫 적용 검토
(브뤼셀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김수진 기자 = 유럽연합(EU)은 26일 폴란드 대통령이 논란이 된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제한하려는 폴란드의 움직임에 대해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EU 집행위의 프랜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주 폴란드에서 어떤 일은 바뀌었지만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면서 집행위는 폴란드가 사법개혁과 관련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달의 시간을 줄 것이라며 폴란드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현재로써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폴란드가 대법원 판사를 해고하거나 강압적으로 은퇴시키는 법률행위를 할 경우 EU 집행위는 폴란드의 투표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공식적인 경고를 즉각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폴란드에 리스본 조약 7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리스본 조약 7조는 EU의 가치에 어긋나는 정책을 시행하는 회원국의 표결권을 빼앗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은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다만, 회원국의 표결권을 뺏는 결정은 다른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이뤄져야 하는데, 헝가리가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실제 표결권을 박탈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폴란드는 사법시스템을 어떻게 조직화할지 결정할 권한이 있다며 EU의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팔 보헤네트 대변인은 폴란드 P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의 협박이 거의 공갈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EU 관계자들의 공갈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폴란드 의회가 마련한 모든 법률은 헌법과 민주적 규정을 준수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은 2015년 집권한 뒤 집권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점차 줄이는 조처를 했으며 이번 달에는 의회에서 나머지 법원을 집권당의 통제하에 두도록 하는 3건의 법안을 통과한 바 있다.
법과 정의당은 현재 법원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부패했으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사법개혁 법안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수만 명의 폴란드 국민이 촛불시위를 벌이며 이에 항거했고,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4일 3개 법안 중에서 법무부 장관이 대법원 판사를 즉각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포함해 2개 법안에 대해선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폴란드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하급법원의 법원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부여한 세 번째 법안에 대해선 서명했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폴란드 대통령이 2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선 환영하면서도 나머지 사법개혁 안이 폴란드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폴란드 당국에 대한 우리의 권고사항은 분명하다"며 "헌법재판소의 독립을 회복하고 사법부 개혁에 대한 법안을 철회하거나 (사법부 개혁이) 폴란드 헌법 및 EU의 사법부 독립 기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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