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축소' KAI 이사회…하성용 '독주체제' 거수기 됐나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줄고 상근감사 사라져…4년 새 10명→5명
구조적 요인 있지만 유일한 사내이사인 대표 '입김' 강화 지적 제기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원가 부풀리기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연임 로비를 한 의혹을 받는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의 재임 기간에 KAI의 이사회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견제 장치가 약화하면서 하 전 대표가 사실상 KAI를 사유화해 독주한 것을 차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KAI 이사회는 하 사장이 취임한 2013년 상근감사 1명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됐으나, 지난해 5명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이사회는 하 대표와 정책금융공사·현대자동차·삼성테크윈·두산 등에 소속된 기타비상무이사(비상근) 4명, 사외이사 4명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정책금융공사 소속의 상근감사 1명이 등기임원으로 포함됐다.
이 구성은 2015년까지 이어졌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하 대표와 한화테크윈 소속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등 5명으로 줄어들었다. 지금도 이사회는 5명 체제다.
이런 급격한 변동은 회사 지분구조와 자산 변동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기타비상무이사의 경우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회사에서 임명되는데, 이 기간에 현대차와 삼성테크윈, 두산 자회사인 DIP홀딩스 등이 지분을 매각했다.
정책금융공사 후신인 산업은행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KAI 지분을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해 지분율이 0.34%까지 줄었다.
결과적으로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줄어들면서 기타비상무이사도 4명에서 1명으로 축소된 것이다.
아울러 2014년 KAI의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어가면서 정책금융공사나 산은에서 파견하던 상근감사 자리도 사라졌다.
상법상 자산 규모 2조 이상인 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상근감사를 둘 의무는 사라진다. 현재 감사위원회는 3명의 사외이사로 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근감사 1명보다 감사위 체제가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KAI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내부 통제를 약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된다.
외환위기 이후 8조원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업체들을 통합한 '주인 없는 회사'인 KAI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가 직접 감시할 방법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내이사는 줄곧 대표 한 명뿐인 가운데 나머지 이사도 축소돼 하 전 대표의 입김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그는 작년 12억1천300만원의 보수를 받아 1년 새 연봉을 4억원 가까이 올리기도 했다.
그간 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 실세의 비호를 등에 업고 '성역'처럼 행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비위 첩보가 주요 사정기관들에 연달아 들어갔으나 조사나 수사는 흐지부지됐다는 것이다.
선임 당시 박근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대주주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정권 실세들과 긴밀한 관계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여기에 하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2002년 경남 거제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장상훈(59)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하려 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방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르는 대목이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협력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원가를 부풀려 리베이트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최근 외주업체 임원으로부터 용역비 중 수십억원을 별도 비자금 계좌에 송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통한 연임 로비와 회사 사유화 의혹 등도 향후 들여다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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