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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전 서브 폭풍' 염혜선, 대표팀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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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전 서브 폭풍' 염혜선, 대표팀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

염혜선 "책임지는 역할 부담스럽지만 선수들과 힘 내겠다"




(수원=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세터 염혜선(IBK기업은행)이 수훈선수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먼저 앉아 있던 김연경(중국 상하이)이 정색하며 "너는 왜 왔냐?"고 한마디 했다.

염혜선은 지난 2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제2그룹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서브 에이스 8개를 터트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패스 페인트로 인한 득점까지 포함해 총 10득점으로, 김연경, 김희진(IBK기업은행)과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이었다.

수훈선수 자격이 충분했다. 취재진으로부터 말을 전해 들은 김연경은 염혜선을 향해 "축하해"라고 말했다. 염혜선은 말 없이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염혜선은 마치 시댁에 얹혀사는 며느리 꼴이었다. 무서운 시어머니는 김연경이다. 주장 김연경은 팀 내에서 '쓴소리 담당'이다. 악역을 마다치 않는 김연경은 거침없는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날 3주차 첫 경기인 카자흐스탄전에서 완승하고 6승 1패, 승점 19로 2그룹 선두 자리를 지켰다. 22일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하면 결선 진출을 확정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표팀은 1~2주차에서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였고, 부진의 책임은 '야전 사령관'인 염혜선에게 향했다.

사실 염혜선에게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염혜선은 V리그에서는 정상급 세터로 꼽히지만, 국제 대회에서 주전으로 나선 경험은 거의 없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백업 세터로 뛰었다. 대표팀의 기둥 세터였던 김사니의 은퇴로 이번 그랑프리 대회에서 주전 세터를 맡게 된 그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현대건설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센터 양효진을 제외하고는 다른 선수들과 손발이 맞지 않았다. 1~2주차에서 허둥댔던 염혜선을 김연경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김연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처음에 공이 엉망으로 올 때는 한 대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염혜선도 굳이 부정은 하지 않았다. 그는 "(김)연경 언니가 막말보다는 실수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신다. 다만 억양이 그래서 막말로 들릴 수 있다"며 "하지만 잘하면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기 때문에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염혜선은 김연경의 구박을 받아야 하는 처지지만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세계 여자배구계를 주름잡는 '배구여제' 김연경에게 토스를 올리는 역할을 마다할 세터는 없을 것이다.

단지 부담이 클 뿐이다. 염혜선은 그 부담을 이겨내며 한 걸음씩 성장해나갔다.

염혜선은 이날 카자흐스탄전에서 1~2주차 때보다 주전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며 한결 나아진 토스워크를 선보였다.

염혜선은 "팀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돼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안 되더라도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며 "선수들과 함께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김연경도 염혜선이 서서히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자리 잡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김연경은 "솔직히 (염)혜선이가 힘들 것이다.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걸 이겨내려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역시 대표팀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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