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동결… 드라기 '양적완화 축소' 신중 또 신중(종합2보)
드라기, 테이퍼링 관련해 "가을쯤 논의할 수 있을 것"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일(현지시간) ECB가 6주 뒤 열리는 차기 정례 통화정책회의 때 양적완화 정책 축소(테이퍼링)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만연한 기대에 분명한 상응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미국 사례에 견줘 테이퍼링이 가져올 발작적 영향을 ECB도 걱정하느냐 하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유로화 사용 19개국 즉,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아직 우리가 원하는 만큼 안 될 뿐 아니라 응당 돼야 할 만큼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그것이 상당한 통화(팽창)정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다만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요인이 약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약화한다"라고 말했다.
ECB는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를 '2%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HICP)는 1.3%로서 전월의 1.4%보다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다.
그는 월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의 변경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가을쯤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차기 회의가 열리는 9월 7일이 가을이냐는 물음에 그는 그저 크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가을, 즉 차기 정례회의 때 테이퍼링 정책 방향을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널리 퍼져있다.
드라기 총재는 그러나, 기자들과 문답에 앞서 내놓은 기조 설명에서도 현 경제 확장세가 물가상승률이 ECB 목표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점증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당장 '한층 강력한 물가상승률 역학(다이내믹스)'이라고 해석할 순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와 식품처럼 변동 폭이 큰 상품의 물가 흐름을 반영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최근 에너지 가격 하락에 영향받아 약화했을 뿐 아니라 헤드라인 인플레의 영향을 배제한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가라앉은 상황이라면서 상당한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해야 할 근거로 활용했다.
그는 성장 전망을 해칠만한 리스크는 폭넓게 안정돼 있다면서 세계경제회복세가 교역과 유로존 수출의 신빙성을 더해준다고도 짚었다.
ECB는 이날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현행 -0.40%와 0.25%로 묶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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