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두테르테의 시름…IS 세력 이어 공산 반군과 '충돌'
필리핀 IS 소탕전 장기화 속 공산 반군 공세까지…'국토 3분의 1' 민다나오섬 불안 가중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취임 1년을 넘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반군 토벌에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이어진 가운데 공산 반군과의 평화협상 무드까지 깨지면서 치안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민다나오 섬에서 공산 반군이 공세를 멈출 때까지 평화협상을 재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조치는 민다나오 섬의 코타바토 주 고속도로에서 대통령 경호대 차량이 공산 반군 소속으로 보이는 괴한들의 매목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이후 나왔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현장에 없었다.
또 민다나오 섬 서쪽에 있는 팔라완 섬에서는 해병대원 2명이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들 사건을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엄령 연장 계획에 불만을 품은 공산 반군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약 50년간 4만여 명이 숨진 내전을 끝내려는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의 평화협상이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평화자문관 헤수스 두레자는 "평화협상을 위한 환경이 여전히 조성되지 않았다"며 공산 반군과의 비공식 대화 계획도 취소했다.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은 작년 8월 평화협상을 재개하며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공산당의 베니토 티암손 총재 등 반군 20여 명을 석방하며 4년여 만에 다시 시작된 평화협상 분위기를 띄웠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년 안에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산 반군이 정치범 400여 명의 전원 석방을 요구해 평화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결국, 필리핀 전체 국토면적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인구 약 2천만 명의 민다나오 섬에서 IS 세력을 몰아내고 공산 반군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민다나오 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마라위 시를 점령한 IS 추종반군 '마우테' 토벌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반군의 강한 저항으로 지금까지 양측에서 5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군은 애초 필리핀 독립기념일인 6월 12일까지 반군 소탕을 끝내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했다.
필리핀 정부는 또 다른 IS 추종반군인 아부사야프마저 다시 활개를 치자 오는 22일 만료되는 계엄령 발동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슬람 반군들이 활동하는 민다나오 섬에 테러 위협이 상존한다는 점을 들며 계엄령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퇴보를 우려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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