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재량사업비 비리 핵심 브로커, 입 열까
업체로부터 억대 돈 챙긴 인터넷매체 전 전북본부장, 혐의 부인
검찰, 지방의회 대상 로비 여부 조사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전북지역 재량사업비 비리의 핵심 브로커인 모 인터넷매체 전 전북본부장 A(54)씨가 19일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본류'를 파고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량사업비(주민 숙원사업비)는 의원들이 지역구나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으로 선심성 예산으로 분류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재량사업비 관련 사업을 수주해 주겠다"면서 의료용 온열기, 태양광시설 등 업체 3곳으로부터 2억5천여만원을 받아 챙겨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꼽힌다.
주민참여예산 성격의 재량사업비는 골목길 정비 등 다양해진 주민의 요구 등을 충족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의원들의 생색내기용은 물론 리베이트 창구로 전락해 역기능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재량사업비의 성격을 악용한 일부 전·현직 의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이미 재량사업비 비리 사건으로 전·현직 전북도의원 2명이 구속기소 됐다.
A씨는 업자들에게 "재량사업비 관련 사업을 수주해 줄 테니 매출액의 40%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지방의원들과의 연관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함구하고 있지만 구속된 만큼 심경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정치계에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해온 A씨가 의원들에게 로비하고 금품을 뿌렸는지가 검찰의 수사 초점이다.
그가 평소 현직 국회의원, 도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일감 수주를 자신하거나 위세를 부린 정황은 검찰에 포착된 상태로 '제대로' 입을 열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는 게 지역정치계의 관측이다.
정가에서는 로비 대상으로 유력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구속된 A씨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전·현직 지방의원들과 직접 연결되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할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재량사업비 집행 과정에 깊이 관여한 만큼 의원들과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문제인 재량사업비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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