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여우' 작가 비어만 "글도 읽으려면 입맛에 맞아야죠"
신작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 한국서 먼저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글도 읽으려면 입맛에 맞아야 해요. 독일어엔 '읽다'와 '먹다' 사이에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많아요. 책을 '두터운 햄'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동화 '책 먹는 여우'에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읽고 나서 먹어치우는 여우 아저씨가 등장한다. 소금과 후추까지 쳐서 맛있게 먹는다. 방한한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읽기'와 '먹기'의 유사성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진짜로 책을 먹는다면 어떤 식으로 먹을지 생각해봤다"고 한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책 먹는 여우'는 지금까지 200쇄, 80만 부 안팎을 찍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훔쳐먹는 독특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우 아저씨는 책들을 먹어치우더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된다. "한국 아이들도 독일 아이들처럼 게을러지고 싶고 놀고 싶은 욕구가 있겠죠. 그럼에도 읽고 나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라고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비어만의 동화들은 14개국에 번역돼 소개됐고 독일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래도 독일보다 한국에서 인기가 더 많다. 신작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은 주니어김영사와 작업해 한국에서 먼저 책이 나왔다. 신출내기 사립탐정 잭키 마론이 도둑맞은 황금닭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번 탐정소설은 여우 아저씨가 비어만의 도움을 받아 썼다. 공동저자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여우 아저씨는 저작권도 가지고 있다. 탐정 잭키 마론 이야기는 차기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우 아저씨가 너무 쓰고 싶어 해요.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호텔방에서 쉬고 있어요."
비어만은 19일까지 한국 동화작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한다. 한국과 독일의 두 고전, '호랑이와 곶감'과 '장화 신은 고양이'를 재해석해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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