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정부 아래" 미얀마 문민정부-군부 '동거' 시험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군부는 문민정부 아래에 있다. 군 최고사령관은 정부의 국장급에 불과하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와 군부의 '불안한 동거'가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여당 소속의 유력 정치인이자 최대 도시 양곤 지사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지사인 표 민 테인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민주화한 시대에 민간과 군의 (대립적) 관계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군은 민간정부 통제하에 있어야 하며 군 최고사령관은 정부의 국장급"이라고 언급했다.
미얀마는 현재 수치가 주도하는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주도해 민간정부가 구성돼 있지만, 반세기 이상 미얀마를 통치해온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헌법으로 보장받는 것은 물론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치안 관련 3개 부서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미얀마 정부의 의전 규정에 따르면 군 최고사령관은 서열 8위로 각 부처 장관들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수치의 문민정부는 그동안 군부와 어쩔 수 없이 권력을 분점하면서 조심스러운 동거생활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NLD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양곤 지사의 군부 비하 발언은 엄청난 파문을 불러왔다.
군부는 성명을 통해 표 민 테인 지사의 발언이 부주의하며 대립을 유발하는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정부 측에 즉각적인 조처를 촉구했다.
그러나 여당인 NLD의 나인 윈 대변인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군부가 요구를 일축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다만, 수치 자문역실 사무총장이자 대통령실 대변인인 저 타이는 이번 일과 관련해 군부에 답변서를 보내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보낸 서한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여당과 정부가 군부의 존재를 과도하게 의식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찰초소 습격사건을 빌미로 로힝야족 거주지역에서 군 당국이 저지른 '인종청소' 논란을 감싸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또 미얀마 정부는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의문사한 샨족 왕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 '트와일라이트 오버 버마'의 상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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