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北ICBM에 '더 강한 채찍' 뜻모아…'사드'는 평행선
'대화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 유지…'근원적 해결' 의기투합
中역할론 입장차…文대통령 "더 큰 역할", 시진핑 "미국도 책임"
사드 놓고 시진핑 "정당한 관심사 중시하라"…文대통령, 보복 시정 요구
美 이어 中, G2로부터 한반도이슈 '주도권' 인정…운신 폭 커져
(베를린=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6일(이하 독일 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은 북한 핵·미사일에 공동 대응하는 원칙적 기조를 정상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대응하되, 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근원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위협요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인다는 데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유지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근원적으로 풀어나간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시 주석이 남북대화 복원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앞으로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낸 데 이어 시 주석으로부터도 한반도 이슈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인정받은 것은 외교적으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2개국(G2)으로부터 주도적 역할을 인정받음으로써 문재인 정부로서는 앞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두 정상이 이처럼 원칙적 공감대를 형성해냈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놓고는 시각차가 표출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보다 확실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중국이 지금까지 북핵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점을 인정하면서도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흐름을 강화하는 데 있어 '지도적 역할'을 해달라는게 문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7~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북한 도발문제를 반영하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압박하는데 있어 중국이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칸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국제사회가 충분히 평가해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섞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노력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과는 혈맹관계를 맺어왔고 한국과는 25년전에 수교했다"고 남북한과의 관계를 비교하고는 "많은 관계의 변화가 있었지만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가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는 남북문제가 아니라 미·북간의 문제로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국도 그런 측면에서 책임이 있으니 국제사회가 함꼐 노력해야 한다"고 미국에 화살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간 가장 첨예한 이슈인 '사드' 문제는 회담에서 무게감있게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이견'은 여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한국이 한중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환경영향평가 등 정당한 절차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각종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양국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의 지속이 양국 관계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시 주석이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악화일로로 치닫던 양국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 모두 회담에서 갈등을 부각하기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분위기 조성에 노력했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특히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한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고 시 주석이 평창올림픽 계기에 방한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정상간 교류를 포함한 각급 수준의 방문과 대화를 계속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특히 사드 등 양국간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며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첫 만남은 문 대통령과 시주석 사이의 개인적 신뢰와 유대를 형성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우호적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저와 중국 국민에게 문 대통령은 낯설지 않다"고 인사한 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을 자서전에서 인용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서 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이다'의 머리말에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고 했던가. 장강의 뒷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라는 앞 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 역사의 유장한 물줄기, 그것은 순리다'라고 적은 것을 인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호의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 샐비지가 세월호 선박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이 직접 독려해준 것을 거론하면서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된 40분을 넘겨 75분간 진행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진데 대해 크게 만족하면서 긴밀한 유대와 신뢰관계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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