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미 라이벌' 이천-여주, 올해 쌀 대결 최종 승자는 누구?
여주, 전국 첫 벼베기 성공…첫 모내기 타이틀 이천은 벼 썩어 수확 실패
(여주·이천=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미(米)의 '지존' 자리를 놓고 해마다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경기 이천시와 여주시의 올해 벼베기 대결에서는 여주시가 웃었다.
올해 이천시에 전국 첫 모내기 타이틀을 빼앗긴 여주시가 첫 벼베기에 성공한 반면, 이천시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모내기를 한 벼가 썩는 바람에 수확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전국에서 쌀 맛이 좋기로 이름난 대표적인 경기미 재배지인 이천시와 여주시는 해마다 누가 먼저 모내기와 벼베기를 하느냐를 두고 경쟁을 해왔다.
두 지자체의 자존심은 '임금님표 이천쌀'과 '대왕님표 여주쌀'이라고 지은 쌀 브랜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최고 품질의 쌀이라는 자부심이 그대로 배어 있다.
두 이웃 지자체는 해마다 전국 첫 모내기를 누가 먼저 하느냐를 두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작전을 펴왔다. 전국 첫 모내기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쌀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여주시는 이천시에 첫 모내기 타이틀을 번번이 뺏겼다.
지난해에는 2월 2일 전국 첫 모내기를 하려다 이천시가 이 정보를 알고 갑자기 하루 앞당긴 2월1일 모내기를 하는 바람에 1등 탈환에 실패했다.
경기지역 모내기가 5월 중순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무려 3개월이나 빠른 것이지만, 서로 첫 번째 모내기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모내기를 앞당겨 왔다.
올해에도 전국 첫 모내기 타이틀은 이천시가 가져갔다.
이천시는 올해 2월 1일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비닐하우스 논에서 모내기를 했다.
겨울에도 볍씨를 심어 모내기할 수 있을 정도로 모를 키우려면 비닐하우스 온도가 20℃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천시는 2013년부터 이천시를 포함한 인근 5개 시·군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이천광역쓰레기소각장의 폐열을 끌어오는 묘수를 냈다.
소각 시 발생하는 열로 데운 물을 호법면 안평리 논까지 1㎞가량 관으로 끌어와 수막재배를 했더니 아무리 엄동설한이라도 2월 초 모내기가 가능했다.
이천시는 이곳에 심은 조생종 볍씨가 튼튼한 벼로 자라면 5월 말께 전국 첫 벼베기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올해 첫 벼베기 타이틀을 여주시가 차지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여주시는 5일 오전 우만동 비닐하우스 논에서 전국 처음으로 벼베기 행사를 했다.
이천시보다 50일이나 늦은 3월 22일 모내기를 한 여주시가 첫 벼베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천시의 첫 모내기 벼가 생육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주시 관계자는 "다른 시의 얘기를 하기는 그렇지만, 이천시의 벼가 모두 썩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너무 일찍 무리하게 모내기를 하는 바람에 벼가 제대로 못 자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여주시는 작년에 심었던 백일미 벼보다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진부올벼로 품종을 바꾸고, 가뭄에 대비해 33억원을 긴급 투입해 농업용수를 마련한 덕에 튼튼한 벼를 수확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여주시는 첫 수확한 쌀 1천㎏ 전량을 오는 11일부터 서울 양재하나로클럽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이천시는 여주시의 첫 벼베기 행사 소식에 답답한 가슴만 칠 뿐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처음 모내기한 벼가 어떻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벼 베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다"고만 말하고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너무 일찍 모내기를 한 것과 가뭄이 원인인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뒤 "보도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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