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우병우는 깐깐…최순실 얘기 들었으면 물었을 것"
우병우 재판서 증언…"대통령 지시사항 처리, 오버하는 스타일 아냐"
"최순실, 자금 유용한 것 없다고 해서 문제의식 갖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3일 "우병우 수석은 업무 스타일이 깐깐해서 최순실씨 얘기를 들었다면 저에게 물어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이 재임기간 최씨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말하며 "우 수석이 저에게 최씨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최씨 얘기를 우 수석에게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몰랐을 것"이라고도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한 종편 방송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 강제 모금 의혹을 처음 보도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문화 융성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국정기조로 강력히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그 일환이라고 생각했지 특별히 문제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최씨가 두 재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민정수석실에서 '최씨가 재단 자금을 유용했을 때만 횡령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안종범 당시 정책조정수석이 '최씨가 재단 자금을 유용한 게 없다'는 식으로 설명해 별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정 전 비서관은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 본인에게도 물었는데, 재단 자금 사용한 것이 없고 문제없다고 얘기를 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씨 보도가 난 이후 민정수석실이나 우 전 수석 측에서 최씨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우 전 수석이 문체부 인사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본인이 나름대로 굉장히 절제하려고 노력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을 처리하는 것도 오버해서 나서서 뭘 하고 그러는 스타일은 아닌 거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인사에 개입한 것은 대통령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라는 우 전 수석 주장과 같은 취지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2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앞두고 청와대 내에서 두 재단 문제의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때의 일도 증언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올린 대통령 말씀자료에 '저에게는 비선이니 실세니 없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는데 자신이 그 부분을 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말씀의 핵심은 누구라도 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은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실제 최씨가 대통령의 일을 도와주는 상황에서 비선이 있다 없다로 논쟁이 번지면 메시지가 명확해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은 뺐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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