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도쿄전력 경영진 책임가릴 형사재판 개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로 수소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와 관련, 도쿄전력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형사 재판이 시작됐다.
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2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강제기소된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회장과 무토 사카에(武藤榮) 전 부사장, 다케쿠로 이치로(武黑一郞) 전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시작했다.
강제기소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일반 시민 등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2차례에 걸쳐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하면 피의자를 강제 기소하는 제도다.
도쿄지검은 고소·고발된 가쓰마타 회장 등 도쿄전력 경영진과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등 42명을 지난 2013년 일괄적으로 불기소처분했다.
이후 고소인단의 청구를 받은 검찰심사회의 결정에 따라 도쿄전력 경영진 3명이 강제기소됐다.
재판 쟁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는지 그렇지 않은 자연재해였는지에 있다.
검찰심사회측은 쓰나미의 위험을 예상한 도쿄전력 측이 방조제 건설 등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후쿠시마 앞바다에 규모 8급의 쓰나미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 '장기(長期) 평가'를 내놨고, 도쿄전력도 이런 예상을 바탕으로 '최대 15.7m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못 내놨다는 것이다.
검찰심사회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주변에 있던 13명이 부상했고, 후쿠시마현 오쿠마(大熊)의 후타바(雙葉)병원 입원 환자들은 제때 대피하지 못해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가쓰마타 전 회장은 "소관부서에 (대책을) 맡겨놨었다"고 말했고, 다케쿠로 전 부사장은 "(쓰나미 우려에 대한) 보고를 받은 기억은 없다"고 발뺌했다. 무토 전 부사장은 "대책을 미뤘다는 평가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본 법원은 지난 3월 민사소송의 1심 판결에서 도쿄전력측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도쿄전력과 국가에 보상 책임이 있다며 원고 62명에게 3천855만엔(약 3억9천28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민사와 달리 형사 재판서 책임 규명이 더 엄격히 이뤄질 것이라는 점, 강제기소에서 유죄 판결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민사의 판단이 형사에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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