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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스칸디대디'의 '휘게육아법'…"야망을 줄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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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스칸디대디'의 '휘게육아법'…"야망을 줄여보세요"

덴마크 기자·한국 워킹맘, 북유럽 육아법 소개서 '휘게 육아'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스칸디나비아 부모도 아이들의 성공을 원하는 마음은 한국 부모와 똑같아요. 다만 아이들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아이들이 자기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는 게 다를 뿐이죠. 아이들에 대한 야망을 조금만 줄여보면 어떨까요."

'휘게'(hygge. 편안함·따뜻함·안락함 등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대표되는 북유럽 문화의 유행 속에 북유럽 육아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커피를 든 채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스웨덴 남자를 일컫는 '라테 파파', 북유럽식 양육방법을 추구하는 젊은 아빠인 '스칸디 대디'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신간 '휘게 육아'(에이엠스토리 펴냄)는 한국에 사는 '스칸디 대디'가 쓴 북유럽의 육아문화 지침서다. 2014년 덴마크 주간지 '비켄다비젠'(Weekendavisen)의 한국 특파원으로 부임해 4년째 한국에 사는 마쿠스 번슨 기자가 북유럽인들의 육아철학과 실제 자신의 육아법을 들려준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번슨 기자는 한국에 와서 북유럽식 육아가 다른 나라와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연년생 자녀들(5살 아들, 4살 쌍둥이)을 키우다 보니 허둥지둥하면서 살았죠. 그런데 한국에 와서 내가 아빠로서 하는 역할들이 한국 부모나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가 발견한 가장 큰 차이는 '학문적 기술'에 대한 부모의 야망이다.

"북유럽 부모들도 당연히 아이들의 성공을 원하죠. 부모도 아이들에 대한 야망이 있는데 야망이 있는 영역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 부모들은 학문적인 것에 야망이 크다면 북유럽 사람들은 그런 것엔 큰 야망이 없어요. 그래서 셈하는 것이나 글자 읽기 같은 학문적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아요. 일단 기다리죠. 밀어붙이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서 아이들이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문화가 있죠. 이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휘게 육아에서는 대신 야외 활동에는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스칸디 대디'는 여성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들을 거칠게 대해요. 밖에 나가는 걸 권장하고 또 별로 조심성이 없어요. 공원에 가도 신발을 벗겨서 땅을 밟게 하죠. 한국 부모들은 깨진 유리를 밟을까 걱정하고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밖에 못 나가게 하죠. 반면 스칸디 대디는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분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이죠. 한국 사람들이 공부를 시키는 부분에서 '터프'하고 야외 활동에서는 '소프트'하다면 스칸디 대디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죠."

번슨 기자는 한국에서는 북유럽의 문화를 동경하지만, 북유럽 사회 내부에서는 한국 등 아시아의 교육방식을 따라가려는 경향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스스로의 속도로 자신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등수나 점수를 매기는 것에서는 철저히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고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한국 육아문화는 배우고 싶은 점이다.

"돌이켜보면 덴마크의 육아 방식은 좀 거친 점이 있어요. '바이킹 기질로 생존해야 한다'는 게 있어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게 많아요. 한국 부모의 마음이 됐는지 돌아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해요.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부분이나 부모들을 통해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들은 한국에서 배운 부분이에요.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을 너무 풀어주는 경향이 있으니 양쪽의 좋은 점을 잘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강조하는 휘게 육아의 핵심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과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연, 타인과 좋은 관계 맺기 등이다. 사회의 요구 사항이나 부모의 바람을 강요하는 대신 자유 놀이를 즐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중에는 자녀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시간도 내기 힘들고 학원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한국에서는 '휘게 육아'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번슨 기자는 "아이들에 대한 야망을 조금 적게 가져보라"고 권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목표를 세워 특별히 대단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또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따로 나눌 필요도 없어요. 예를 들어 집안일을 해야 한다면 빨래와 설거지, 요리를 아이와 같이하는 거죠. 차를 고칠 때도, 장을 볼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거죠. 덴마크 부모들도 맞벌이하고 가사도우미 없이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건 마찬가지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집안일 하는 시간이 다 섞여 있어요."

책에는 북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한국에서 '휘게 육아' 방식으로 두 자녀를 키워온 '워킹맘'인 이정민 북유럽문화원 공동대표가 공저자로 참여해 자신의 육아경험담과 외부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북유럽 문화를 소개한다.

북유럽 문화에도 익숙하지만 한국 부모들의 마음도 잘 알고 있는 이 대표는 "불안함을 내려놓고 마음가짐을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함께 하는 물리적인 시간의 비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에게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듬뿍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짧은 시간에도 아이에게 강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 주고 함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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