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무너질라" 청주시의원 탈당 예고에 한국당 '당혹'
안흥섭 탈당 결심…결행하면 과반 잃어 주도권 행사 못해
매립장 예산 처리 등 안갯속…한국당, 안 의원 설득 총력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청주시의회의 다수당이자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소속 안흥섭 시의원의 탈당 예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가 탈당을 결행하면 의석은 비록 1석이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한국당으로서는 과반 의석을 잃게 돼 시의회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당 소속 이승훈 청주시장이 원하는 제2 쓰레기 매립장 예산 처리 등 청주시정을 지원하는 동력을 잃게 된다. 시의회는 물론 청주시로서도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26일 청주시의회에 따르면 한국당 소속 안 의원이 탈당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 직원들에게 이날 오후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탈당 결심을 거의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후 전화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한국당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이 이날 오후 3시부터 40분가량 자신의 집무실에서 안 의원을 설득했지만 탈당 의지를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황 의장은 "안 의원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는 듯하다"고 말해 안 의원이 탈당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20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는 김준환 변호사의 측근 인사이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청주 흥덕을 당협위원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당시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 후 이번 대선을 20여일 앞둔 지난 4월 19일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안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면 지난 4월 남연심 시의원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데 이어 두번째 탈당이다.
그가 탈당하면 한국당은 시의회 의석 과반 유지가 무너진다. 국민의당으로 입당하는지를 떠나 그의 탈당이 가져올 후폭풍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청주시의회가 출범할 당시 의석 분포는 전체 38석 중 한국당(당시 새누리당) 21석, 민주당 17석으로 양분됐다.
이 의석은 후반기 원 구성 때도 그대로 유지됐으나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남 의원이 한국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변화가 생겼다.
안 의원마저 탈당하면 한국당 의석은 20석에서 19석으로 줄어들고 민주당은 종전대로 17석, 국민의당 1석, 안 의원의 1석으로 조정된다. 비 한국당 연대가 19석으로, 한국당과 같은 의석을 이루게 된다.
과반 의석을 잃게 되면서 한국당이 독자적으로 의안 처리를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의 한국당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오는 9월 제29회 임시회 때 구성될 예결위 15명의 위원 자리를 놓고 여야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이 예결위에서 과반(8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는 9월 상정될 청주 제2 쓰레기 매립장 조성 예산안 처리가 예측 불허의 안갯속에 놓이게 된다.
지금의 의석 분포로는 이 예산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돼도 한국당이 예결위에서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게 가능하지만 예결위 의석이 조정되면 이런 '완력 행사'가 불가능하다.
예결위 결과를 본회의에서 뒤집는 다수당 프리미엄도 역시 포기해야 한다.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 남 의원과 탈당이 예고된 안 의원의 역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황 의장과 한국당은 26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 안 의원 탈당을 막는 데 주력했다. 그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초래될 시의회 지형 변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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