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휴일에도 정상회담 준비 전력…인선발표 없어(종합)
공식일정 없이 회담준비 상황 점검…트럼프와 첫 대좌 전략 숙의
의전·만찬복장·트럼프 선물 등 실무적 점검 사안도 많아
산자·복지 장관 주초 발표할 듯…법무는 늦춰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휴일인 25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예상됐던 장·차관급 인선발표를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온종일 집무실에 머물면서 참모들로부터 방미 일정과 준비 상황 전반에 대해 보고받고 각 행사에서 제시할 메시지와 연설문 등을 점검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대통령 보고에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정의용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보좌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주요 점검사항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국제외교 데뷔 무대인 데다 회담 상대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 대통령이다 보니 준비하고 확인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측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 이벤트"라며 "준비할 게 정말 많고 거듭 확인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방미 기간 세부 일정은 청와대와 백악관이 막판 조율 중이나 14일 청와대가 공식 발표한 일정만도 ▲ 백악관 환영 만찬 ▲ 정상회담 ▲ 공동기자회견 ▲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 면담 ▲ 미 의회·학계·경제계 관련 행사 ▲ 동포 간담회 등 적지 않다.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굵직한 행사인 데다 백악관과 긴밀한 소통과 협조가 필요한 만큼 청와대도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메인이벤트'인 정상회담 전략을 두고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한미동맹 재확인과 정상 간 유대 강화라는 제1의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을 거듭했다.
청와대가 발표했던 대략적인 정상회담 의제는 ▲ 한미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향 ▲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방안 ▲ 한반도 평화 실현 ▲ 실질 경제 협력 및 글로벌 협력 심화 등이다.
주목할 점은 한미 양국 모두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걸음마 단계'의 정부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40여 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취임한 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
한미 양국 모두 대외정책의 세부적 기조와 인적 진용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정권 초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 모두 '갈등'을 부각하기보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정상 간 신뢰를 쌓는 수준에서 '웃으며 헤어지는 그림'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놓고 허를 찌르는 변칙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미국이 어떤 자세로 회담에 임하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별 대응 전략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미국 측의 의전을 조율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환영 만찬에서 대통령 내외가 착용할 복장 같은 세부적인 사항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백악관 공식 환영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연미복(서양 예복)을, 김정숙 여사는 한복을 착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선물도 고민거리다. 정상회담을 기념하면서도 우리나라 전통적 가치를 담아야 하고 상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첫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백자 사면합(四面盒) 한 세트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는 청화백자 오리 1쌍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고려시대 전통 활인 각궁(角弓)을 선물했으며,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부시 대통령의 둘째 딸 제나 부시를 위해 특별히 나무 기러기 한 쌍을 전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취 장식이 된 은제 사진액자를,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는 한국요리 책자를 선물했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를 비우는 만큼 국정운영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단단히 확인하고 점검할 필요도 있다.
특히 대통령 부재중 권한대행 임무를 수행할 이낙연 국무총리와 긴밀한 협조와 소통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국무총리와 오찬을 함께하기로 한 만큼 26일 오찬에서 이 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상회담 준비에 올인한 탓인지 청와대는 이날 발표가 점쳐졌던 장·차관급 인사 발표를 하지 않았다. 현재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부처 장관은 법무·산업자원통상·보건복지부 세 곳이다. 차관 중에는 미래창조과학 1·산업자원통상 2차관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8일 방미 출국 이전에 이들 인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경환 후보자의 낙마로 인선 작업을 새롭게 시작한 법무장관의 경우 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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