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모의투표 아닌 '진짜 투표'하고 싶어요"
국회 토론회서 참정권 요구…"국회의원 출마도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 "직장도 다니고 세금도 내는데 왜 투표는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주말을 맞은 24일 여의도 국회에 모여 "정치는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주최한 '대선 모의투표의 의의와 만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포럼'에선 정치적 권리 행사 실현을 위한 학생들의 토론과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학생들은 최근 '대선 모의투표'를 경험하면서 참정권 실현 의지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선 본 투표날에 맞춰 한국YMCA전국연맹(전국연맹)이 실시한 모의대선에는 전국 6만여명의 학생 선거인단 중 5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모의대선 당선자는 실제 대선처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으나 득표율 최하위는 대선에서 2위를 기록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였다.
학생들은 모의투표에 대한 소감과 아쉬움 등을 스케치북에 적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참정권 도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경기도 이천에서 왔다는 김모 군은 "우리나라는 정치로부터 청소년들을 격리해 정치가 기성세대의 특권이 됐다"면서 "(모의대선을 통해) 정치는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당연한 권리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수 출신인 박모 군은 "모의대선에 참여하고자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토론에 관심을 두고 살펴봤다"면서 "청소년도 충분히 어른처럼 합리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천에서 왔다는 한 여학생은 "청소년들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다면 지난 대선 득표율 2, 3, 4위 순위는 바뀌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토론회 간담회실에는 학생 90여 명이 일찌감치 몰려 좌석이 꽉 찼고 '학생도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일부러 교복을 입었다는 학생들도 보였다.
이어진 포럼에서는 만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최현욱 한국 YMCA 간사회 청소년분과 분과장은 "이웃 나라인 일본은 작년 헌법 개정으로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췄고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이미 1960~1970년대에 만 18세로 선거권을 하향 조정했다"며 "한국도 시대 상식에 부합하는 법 제도 개정과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태민 청소년 YMCA 전국대표자회 공동 부회장은 "지방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 출마를 보장하는 피선거권도 청소년에게 부여해야 한다"며 "국회는 정당 이해관계가 아닌 청소년 권리 차원에서 만18세 참정권 보장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미래의 주역인 여러분이 참여한 모의투표에서 득표율 2위를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과열된 교육 현장을 바꾸려면 당사자인 여러분이 투표로써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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