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중국겨냥 美압박 커질듯…中,세컨더리보이콧 안돼"
SCMP "北핵·미사일 최우선 의제될듯…그러나 해법도출 기대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북한에 관광갔다가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 석방 후 숨지면서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가운데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외교 안보 대화에 북한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 관영 및 홍콩 매체들은 이번 미중 대화에선 북한문제가 초점이 될 것이라면서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하고 제재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큰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지적은 미중외교안보 대화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으로, 다분히 북한을 매개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대학생 죽음에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시련에 봉착하다'라는 제하의 사평(社評)에서 웜비어 사건을 미중 외교안보대화의 악재로 평가했다.
두 신문은 우선 "많은 사람은 이번 사건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분노한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문제를 조율할 여지를 제한할 것이며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잃고 북한 정권에 대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미 간 공식접촉은 교착상태인데 웜비어의 죽음이 상황을 악화시켰고, 웜비어의 죽음으로 중국은 미국이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임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미국 측은 이번 사건을 지렛대 삼아 중국이 북핵 문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하라고 강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신문은 그러면서도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미국이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면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으며 결코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미국의 동맹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 기업들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을 한다면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중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미중외교안보 대화는 단순히 빈말이나 다투는 자리가 아니길 바라며 회의가 끝난 뒤 미중은 북핵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미중 대화는 미국 측이 말하고 중국 측이 듣는 자리가 아니다'는 또 다른 사평을 통해 미국을 겨냥해 더 불편한 얘기를 꺼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대북 압박만 중국이 들어주면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한 것이 없다"면서 "이번 대화에선 (중국은)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문제와 대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교안보 대화가 미중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대화는 방중 일정을 조율하고 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CMP는 이번 회의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과 웜비어의 사망, 남중국해의 미 해군 항행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면서 "이번 회의는 긴밀히 소통하고 오해를 막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과거에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미중 회의와 달리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주요 현안을 매우 깊이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그러나 "북핵 위기나 남중국해 분쟁 해법을 도출해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고, 이런 분위기를 읽은 탓인지 미국 국무부의 수전 손턴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중외교안보대화에서 공동성명이 아닌 언론성명이나 설명 자료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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