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새 정부 언론과 파열음…기자협회 "언론자유 침해" 집단반발
법무장관, 방송국 간부에 전화해 압력…노동장관, 언론사 취재원 고발
23개 언론사 기자협회 "새 정부 언론관 매우 우려" 공동성명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출범 한 달을 맞은 프랑스의 새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하고 있다.
프랑스 주요 언론사의 기자협회들은 새 정부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를 통제하려 하거나 확정되지 내용을 사전에 단독 보도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려 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마크롱 대통령과 대선 레이스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룬 중도파 정치인이자 현 법무장관인 프랑수아 바이루가 방송사 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바이루 장관은 지난 7일 공영 라디오방송인 라디오프랑스가 민주운동당(MoDem)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들을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하기 몇 시간 전 이 방송사 탐사보도 국장에게 직접 전화해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법무부는 프랑스 검찰과 수사법원을 관할하는 막강한 부처로, 바이루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당시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룬 뒤 집권 하자마자 법무장관으로 입각했다. 그는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정치연대 관계인 민주운동당 대표이기도 하다.
바이루 장관은 방송사 국장과 통화에서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소속당의 여성 의원들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하는 등 괴롭혔다면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화를 받은 방송사 국장은 이 통화를 정치적 압력으로 받아들였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바이루 장관은 각료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전화를 걸었을 뿐이라며 압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현 정부 각료들의 언론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따.
르몽드, AFP통신, 리베라시옹, 라디오프랑스 등 프랑스 23개 언론사 기자협회들은 13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언론의 독립성과 취재원 보호와 관련해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들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바이루 장관의 사례 외에도 최근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의 행동도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 원칙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페니코 장관은 최근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확정되지 않은 정부의 노동개혁 방안을 미리 입수해 보도했다면서 업무상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이 신문이 인용한 익명의 취재원을 고발한 바 있다.
마크롱 정부는 취임 직후엔 대통령의 아프리카 말리 프랑스군 기지 동행취재와 관련, 언론사들 엘리제궁(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아닌 국방전문 기자를 선별해 보내달라고 요구해 정치부 기자들이 집단반발하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기자협회들은 이날 집단성명에서 "대중에게 사실을 알리는 일은 언론의 권리이자 의무로,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을 집요하게 취재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도 바이루 장관의 행동을 비판하며 언론사들의 불만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프랑스 앵포 방송에 출연해 "장관은 단순히 사사로운 감정에서 행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관이 직접 언론사에 전화를 거는 관행이 좋은 것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단호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바이루 장관은 총리의 이런 지적에 기분이 상한 듯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이 기자든 정치인이든 나는 할 말이 있을 때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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