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억울…일감몰아주기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회장이 25세 아들에게 편법으로 회사를 물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하림이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양계사업으로 출발한 하림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재계 30위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고,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이달 말 지주사 제일홀딩스를 상장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 관련해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면서 하림 등 일부 기업을 거론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5년 전 아들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줬고, 100억원대 증여세가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품은 현재 10조 원 이상 자산을 가진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다.
일각에서는 100억 원대 증여세만으로 10조 원대 회사를 물려받은 과정에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직접적인 규제가 가해지거나 매출 감소 등 실적에 타격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각종 규제와 견제 속에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상시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닭고기 사업을 하는 하림에는 악재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증여는 자산이 3조5천억 원대 규모였던 2012년에 이뤄진 것인데 그동안 팬오션 인수 등으로 기업 규모가 갑자기 커졌다"며 "편법 증여라는 지적은 억울하며 수직계열화 사업 구조상 내부거래가 많았을 뿐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만큼 윤리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는 등 규제를 받는다. 이와 함께 기업집단 현황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 공시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하림그룹은 지주사 제일홀딩스를 이달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권 강화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일홀딩스는 김 회장이 41.78%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대주주로는 김준영 씨가 지분을 100% 소유한 계열사 한국썸벧(37.14%), 올품(7.46%) 등이 있다. 김준영 씨 지분이 44.6%로, 김 회장보다 많은 셈이다.
제일홀딩스의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은 1조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김준영 씨 지분가치도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림그룹은 국내 축산 사료 시장, 닭고기 시장, 돼지고기 시장 1위 기업이다. 그 외 NS홈쇼핑, 해운사 팬오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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